北, 7월 4일부터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 제안… 시진핑 방한 겨냥 對中 메시지?

입력 2014-07-01 03:23
북한이 30일 우리 측에 8월 열릴 예정인 한·미 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취소를 요구해 왔다. 또 4일부터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자고 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명의의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특별제안'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1월 16일 국방위 명의의 '중대제안'이 나온 지 5개월 만이다.

특별제안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북측 의도를 면밀히 분석한 뒤 1일 공식 반응을 내놓기로 했다. 우선 특별제안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사흘 앞두고 나온 것에 주목해 '대중(對中) 메시지'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중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쳐 정상회담의 명분을 약화시키고 대북 압박을 회피하려는 의도란 것이다.

아울러 전날 동해상에 미사일을 쏜 뒤 하루 만에 나온 '기습' 제안인 데다 우리 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UFG 취소를 요구한 점에서 향후 무력도발을 위한 명분 축적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UFG는 국가방어를 위한 기본적인 한·미 군사훈련"이라며 북측 요구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우회적인 남북 고위급 접촉 제의가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북한은 1월 중대제안 이후 2월 8일 우리 측에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전격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이 7·4공동성명 발표 42주년을 특별제안 계기로 삼았는데, 7·4성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북 합의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공동위 개최나 민간단체 방북 허용 등 관계 개선 조짐을 나타낸 터라 이번 제안이 1월 때처럼 고위급 접촉 제의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제안 주요 내용은 4일 0시부터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 인천아시안게임(9월 19일∼10월 4일) 분위기 조성을 위해 UFG 취소, 상호 비방 및 심리전 중단 등이다. 1월 중대제안과 흡사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연초 중대제안을 통해 남북관계 복원을 시도하다 3월 한·미 '키리졸브' 합동군사훈련으로 다시 경색됐다"며 "이번에는 아예 UFG 취소를 못 박아 남측이 관계 복원 의지가 있는지 시험해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북측 선수단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를 연계시킬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