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종로경찰서 정보과 형사로 일하고 싶어요. 매일같이 나가던 집회·시위 현장이 정말 그리울 것 같습니다.”
1976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이듬해부터 37년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만 근무한 정보과 소속 이문희(60·사진) 경위가 30일 정년퇴직했다. 90년부터 24년간 정보과에서만 근무한 이 경위는 ‘종로 정보통’이다. 청와대와 광화문광장 때문에 집회·시위가 끊이지 않는 종로지만 이 경위만큼 산전수전 다 겪은 정보과 형사는 없다.
처음 부임할 때 관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종로의 6층짜리 화신백화점이었다. 지금 그 일대는 고층빌딩 숲이 됐다. 이 경위가 겪어온 ‘현장’ 풍경도 크게 변했다. 이 경위는 “79년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사건 이후 90년대 중반까지 종로와 광화문, 명동이 매일 화염병과 돌, 가스탄으로 아수라장이었다”며 “경찰이 마구잡이로 연행하던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으로는 83년 야간통행금지 해제, 2002년 북파공작원 가스통 시위,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 2004년 대통령 탄핵시위,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등을 꼽았다. 정보과 형사들이 ‘정권의 충견’이라고 지탄받을 때도 있지만 이 경위는 국가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다한다는 일념으로 일했다고 한다. 이 경위는 “후배들이 ‘경찰 1번지’인 종로 경찰의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종로 지킴이 37년 시위 현장 산증인 이문희 경위 퇴직
입력 2014-07-01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