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민들 “돈 모아 무기 사주자”

입력 2014-07-01 03:39
독립영화 제작자 등이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금융기법인 크라우드 펀딩이 우크라이나에서는 무인기를 비롯한 무기 구입에 사용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기 구입에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금융기법이 동원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형편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구소련 붕괴 직후 군 병력이 한때 90만명에 달했던 우크라이나는 현재 겨우 9만명의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다. 상당수 장비는 도난당하거나 매각됐고, 심지어 군복을 지급받지 못한 병사도 나왔다. 군이 제공한 물품이라고는 칼라슈니코프 소총이 전부인 경우도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부지역에서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과 교전 중인 정부군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고전했다.

결국 딱한 사정을 보다 못한 국민들이 직접 나섰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피플스 프로젝트’는 지난 3개월간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정부군에 군복과 방탄조끼를 제공했다.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접경지역에서 러시아의 물자 지원이 이뤄지는 것을 감시하기 위한 정찰용 무인기도 구입키로 했다.

지난 3월부터 피플스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IT 회사 CEO 데이비드 아라하니아는 사이트 운영에 7명이 참가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소개했다. 그는 전직 공수부대원이 있어 무기 구입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초 대당 16만5000달러에 달하는 이스라엘제와 대당 12만 달러인 미국제 무인기를 놓고 구매를 저울질했다. 그런데 최근 훨씬 저렴한 대당 3만5000달러에 무인기를 제작할 방법을 찾았다. 자원봉사자가 기체를 만들고 우크라이나 국방연구소가 관련 장비를 장착하기로 한 것이다.

아라하니아는 “지난 2월 정부군 기지를 방문했을 때 제대로 된 방탄조끼도 없는 것을 보고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무인기 20대를 확보하면 국경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크라우드 펀딩을 주도하고 있는 민간재단은 2개월 동안 도네츠크 지역 군부대에 야시경을 포함한 트럭 10대 분의 물자를 지원했다.

동부지역 교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독일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4개국 정상은 29일 전화 회담을 갖고 30일 오후 10시까지인 휴전시한 만료를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