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화제] 페이스북으로 감정 ‘전염’

입력 2014-07-01 02:18

“사람의 감정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전염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이 “그렇다”는 답을 내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망을 타고 기쁘거나 슬픈 감정이 집단적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그간 학자들 사이에 막연히 가능할 거라는 추측이 있었는데, 페이스북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실제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사전 동의 없이 실험이 실시됐으며, 특히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노출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윤리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는 29일(현지시간) ‘SNS를 통한 대규모 감정 전염의 실험적 증거’란 논문을 게재했다. 페이스북 자체 연구진과 캘리포니아주립대, 코넬대 등의 연구진이 공동 참여했다. 연구방법은 간단하다. 페이스북 서버에 올리는 뉴스인 뉴스피드의 알고리즘을 조작해 일부 사용자에겐 긍정적 메시지를 인위적으로 많이 노출하고, 다른 사용자에겐 부정적 메시지를 더 많이 보여줬다. 페이스북 사용자 68만9003명이 대상이었다.

실험 결과 긍정적인 포스트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들은 긍정적인 글을 올리는 빈도가 늘어났다. 반대로 부정적인 글에 노출된 사용자들은 부정적인 글을 더 많이 게시했다. 논문은 “페이스북에 표현한 감정이 직접 대면 없이 다른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SNS를 통한 감정 전달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광범위한 피험자에게 알고리즘까지 조작해 내린 결론은 처음이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과 미국 포브스 등 언론들은 30일 “불특정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집단적 감정 조작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했다”며 비윤리성을 지적했다. 미 인터넷매체 슬레이트닷컴도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사전 통보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이용자 약관에 데이터를 실험에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은 “실험은 뉴스피드에 한정해 2012년 1주일간 실시됐다”고 밝혔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