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병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간병사를 이렇게 불렀다. 엄연히 전문성이 필요한데도 제대로 된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간병사들의 현실이 호칭에 그대로 묻어있다. 알음알음으로 환자와 연결돼 하루 종일 병원에서 상주하며 열악한 근무조건과 싸우고 고용 불안에 떨어야 했던 이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이제 어엿한 전문직업인으로 대우받고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 1호 다솜이재단은 알선 방식이 아닌 직접고용 방식으로 실직 중장년 여성가장을 채용하고 있다. 24시간 근무하던 간병 업무를 공동간병이라는 모델을 통해 교대제로 혁신했고, 서비스 품질도 높였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풀어내야 할 가치를 기업 활동을 통해 이뤄낸 것이다. 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솜이재단의 김서연(사진) 사무국장은 또 다른 가치 실현을 위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 구성은.
“지난해 기준으로 430명 중 55%가 취약계층으로 분류된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며 4대 보험, 퇴직금 등으로 안정성을 높였다.”
-공동간병제 도입 배경은.
“전문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간병 분야를 인재양성 개념으로 접근했다. 고용의 불안정성과 열악한 근로조건, 서비스 품질 저하라는 맹점이 있는 개인간병의 혁신모델로 생각했던 게 공동간병이다. 간병업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다. 예를 들어 6인실에서 공동간병을 한다면 한 병실에 4명의 간병사가 3교대로 환자를 돌본다. 다만 원활하게 인수인계가 될 수 있는 팀이 있어야 가능하다.”
-공동간병 도입 효과는.
“환자의 경우 개인간병보다 비용이 40%가량 저렴해지고, 간병사의 직업 안정성도 높아졌다. 특히 목욕 등 공동 작업을 가능케 해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 최근에는 공동간병의 혁신성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수요도 많아졌다.”
-지적장애인도 고용한다는데.
“지난해 훈련을 받은 지적장애인 간병보조사 10명을 채용했다. 간병은 난이도가 높은 영역도 있지만 낮은 영역도 있다. 환자 식판 준비 등 사전 준비나 보호대 착용 등이다. 지적장애인은 지능에는 다소 문제가 있지만 잔꾀를 부리지 않는다. 특히 요양병원이나 보훈병원 등의 장기 입원 환자들과 긍정적인 감정 교환이 일어나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했다. 이처럼 장애인 간병보조사는 대인관계에 있어 감성적인 강점이 많다. 간병사들이 ‘이 친구들은 우리 병실의 마스코트’라고 할 정도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 결과도 있어 현재 2기를 훈련시키고 있다.”
-서비스 영역 확대 계획은.
“공동간병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로 안착돼 병동간병으로 확대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병실 개념을 넘어 병동 전체를 직무적으로 세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활치료 등 특화된 병동을 시범적으로 도입해볼 계획이다. 병동간병은 환자에게도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 지원 중단 이후 사회적기업 자생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정부 지원이 끊겨 일시적으로 적자가 나긴 했지만 곧바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사실 인증 사회적기업은 정부 지원이 시작될 때부터 지원 중단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취약계층 등에 대한 안정적인 고용과 서비스 품질 유지가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현장 종사자 모두 자신이 하는 일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쉬운 점은.
“사회서비스 분야를 제대로 육성해야 고령화 시대에 안정적인 복지 그물망이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실험하고 논의하는 장이 많지 않다.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가치를 담는 그릇 사회적기업] “공동간병, 간병사·환자 모두 웃어… 병동간병도 계획 중”
입력 2014-07-01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