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축구 대표팀 씁쓸한 귀국

입력 2014-07-01 03:53 수정 2014-07-01 03:35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로 최악의 성적을 낸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0일 귀국한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순간 일부 팬이 던진 엿이 날아들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조기 탈락한 축구 대표팀이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하지만 꼭 한 달 전 출국 때와 달리 분위기는 싸늘했다. 공항에서 일부 팬들은 엿사탕을 던지며 대표팀에 야유를 보냈다. 홍명보 감독은 여전히 사의 표명을 유보했다.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이른 새벽이지만 200여명의 관계자들이 대표팀을 맞이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취재진, 그리고 선수 가족과 팬들이었다. 일부 팬은 “대표팀이 뭘 잘했다고 기자들이 이렇게 몰렸냐”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입국장 자동문이 열리며 홍 감독을 필두로 선수단이 걸어 나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소녀팬 20여명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외쳤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도열한 선수단을 향해 격려사를 할 때 조모(42)씨가 선수단을 향해 엿사탕 수십개를 3차례나 던졌다. 사탕처럼 포장된 노란색 호박엿들이 선수들의 발밑으로 굴렀다.

‘너땜에졌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조씨는 “엿 먹어라 엿”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돌발행동에 선수단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그는 “홍 감독에게 ‘너는 영웅이 아니고 죄인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며 엿사탕을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학연축구, 지연축구는 사라져야 한다. 이건 관피아가 아니라 축피아다”라고 흥분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카페 회원들은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라는 플래카드를 든 채 인터뷰를 지켜봤다.

손흥민은 인터뷰 전 취재진에게 “엿 먹어야 하나요”라며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들에 맞서 “괜찮아요. 잘했어요”라며 대표팀을 옹호하는 팬들도 있었다. 주로 소녀팬이었다.

이처럼 이들의 돌발행동을 놓고 대표팀의 조기 탈락에 낙담한 팬심을 대변했다는 측과 치기 어린 행동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맞서고 있다.

◇홍명보, 감독 사퇴 즉답 피해=홍 감독은 공항 인터뷰에서 “월드컵 기간 국민 여러분께서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어 “제가 부족해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아직 미래가 있는 선수들인 만큼 팀에 돌아가서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홍 감독은 “지금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다. 비행기를 오래 타고 와 피곤하기도 하고 정신이 없다”며 즉답을 미뤘다. 그는 이어 “어느 정도 생각은 했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며 고심의 흔적을 내비쳤다. 지난해 6월부터 월드컵 대표팀을 맡은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으로 아직 1년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에 대한 구상을 묻자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 결과를 바탕으로 안 된 부분이 있으면 반성하고 잘된 부분은 살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대표팀은 인천공항에서 바로 해산했으며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리그를 준비하게 된다. 월드컵 기간 잠시 중단했던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은 오는 5일부터 재개된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