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옴부즈맨 제도가 도입된 때가 1994년 국민고충처리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가 생기고 나서부터이니 올해로 20년이 됐다. 이를 기념하여 1일부터 사흘간 아시아옴부즈맨협회(AOA) 이사회와 세계옴부즈맨협회(IOA) 아시아 지역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전 세계 옴부즈맨 기구 수장들이 모여 국제 학술대회도 갖는다.
옴부즈맨은 행정기관에서 해결하지 못한 민원을 접수한 뒤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시 조사해 행정관청에 시정할 것을 권고하거나 잘못된 제도의 개선을 권고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이 과정을 통해 민원인들은 행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게 된다. 따라서 옴부즈맨은 무엇보다 객관성과 중립성,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요즘은 대규모의 지역 집단갈등 사안이 많이 생기는데, 옴부즈맨은 이를 중재·조정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옴부즈맨 기관인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5인 이상의 집단민원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360여건이나 됐다고 하고, 그 가운데 조정으로 해결된 민원은 지난해 43건이나 되었다고 한다. 공공갈등은 그 성격상 조기에 해결하지 못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십상이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갈등 양상이 점점 첨예화되면서 사회 분열을 부추길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경남 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10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수많은 주민들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었으며 심지어 목숨을 잃었고,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한전 검찰 경찰 시민단체 등 모든 관련자들이 패배자가 되고 말았다.
주민들 사이에 남은 갈등을 치유하는 일은 아직도 숙제로 남았다. 수십년간 동고동락해온 이웃들이 서로 원수가 되다시피 하여 지역 공동체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렇게 공공갈등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열린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설명하는 것과 달리 민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비슷한 민원이 처리된 사례에 대한 정보와 각종 시민단체들의 전문적 도움을 얻기 쉬운 시대가 됐다. 공공갈등이 조기에 해결되지 못하고 갈등이 확대되는 이유는 21세기 국민에게 행정기관이 아직도 19세기적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부는 공공갈등을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정부와 국회는 민원 해결에 걸림돌이 되는 법과 제도를 철저하게 정비해야 한다. 민원으로 접수되지 않는 이상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것이 어려운 현재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집단민원조정법(가칭)을 조속히 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공공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공공갈등을 담당할 부서를 만들어 전문성을 키우며, 관련 기관들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셋째, 갈등조정 기관인 국민권익위를 정부 공공갈등 해결의 중심기관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미 국민권익위는 해마다 많은 집단민원을 접수받고 그 가운데 상당수를 조정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집단민원 조정의 경험을 10년 넘게 가지고 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협력하고 국민익위가 전문적인 역할을 하면 공공갈등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넷째, 집단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조사관들의 조정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 공공갈등 해결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민간 전문가들의 도움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민원인들을 해결의 주체로 참여시켜 그 결과에 대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신철영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
[기고-신철영] 정부 성패 공공갈등 해결에 달렸다
입력 2014-07-01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