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럽과 북미 대륙에서 반바지는 어린 소년들이 입는 옷이었다. 긴 바지는 사춘기의 문턱을 넘게 되면 받는 선물이었다. 반바지가 운동용으로 캐주얼하게 남녀 모두에 의해 애용된 것은 1930년대 이후이다. 프랑스에서는 1950년대가 되어서야 반바지라는 것이 보편화되었고 매리 퀀트에 의해 허벅지까지 온 다리를 드러낸 핫팬츠가 선보인 것이 1960년대라고 하니 길이를 동강낸 바지를 자유롭게 입고 다닐 수 있기까지 반세기가 지났다. 그 덕에 반바지는 무더운 날 무심하게 꺼내 입는 옷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20대 처녀도 아닌데 무슨 반바지를 그렇게 사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이유인 즉 반바지를 입으면 다리에 신경을 쓰게 되어 긴장감이 조성된다. 또 하나 유의하는 점은 몸에 꽉 끼는 민소매 상의를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하의 간 노출의 균형은 시크한 반바지 연출에 중요하다. 굽 있는 슬리퍼도 피한다.
한마디로 반바지는 입기 쉬운 옷은 아니나 그 활력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 활동성 높은 반바지의 소재로 사용되는 면 개버딘이 연분홍, 민트색, 노란색으로 물들면 상큼함의 수위가 높아진다. 특히 흰 셔츠가 상의로 나서면 깔끔함이 앞선다. 파리에서는 정장 풍의 반바지와 재킷으로 구성된 쇼츠 슈트를 입는 여성들이 종종 보이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드문드문하다. 한여름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 거리는 아슬아슬한 반바지 패션으로 눈이 아찔하다. 이번 여름 상상력으로 다진 반바지 패션을 서울에서 만났으면 한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
[패션노트] (25) 반바지, 짧을수록 시크하게
입력 2014-07-01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