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가 애를 뱄다고?” 철거 앞둔 달동네 배경으로 꼬리 문 소문이…

입력 2014-07-01 02:12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이하는 극단 십년후(대표 송용일)의 연극 ‘소문’(사진)은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번지게 되는 말을 소재로 현대인들의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극은 철거를 앞둔 어느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다. 아무 생각 없는 할머니가 던지는 말 한마디에 청각장애인 선이는 아이를 밴 처녀가 되고, 아이 아빠의 정체를 놓고 모두 수군덕거리기 시작한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곽 주사의 소행으로 몰린다.

과연 진실은 무엇이며 어떻게 소문이 확대되는지 유쾌하게 풀어낸다. SNS, 메신저, 인터넷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아무렇지 않게 전달하는 내용이 때론 누군가의 삶을 빼앗아버리기까지 하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소문’은 2009년 원작 ‘나비, 날아가다’로 인천연극제에 참가해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희곡상, 여자 최우수연기상, 남녀 신인연기자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2년 일본 삿포로연극제에 참가해 4회 전석매진을, 지난해 중국 옌변예술대학의 초청으로 2회 전석매진을 기록했다.

1994년 인천에서 창단된 극단 십년후는 고등학생 7명으로 시작해 이제 50명이 넘는 중견극단으로 성장하며 지역극단의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에 서울 대학로에 처음 진출해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연은 3일부터 8월 3일까지 대학로 스타시티 예술공간 SM스테이지에서 올려진다. 배우 정의갑(KBS 슈퍼탤런트 1기)과 신혜정(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을 비롯해 정휘태 허초혜 등이 출연한다. 각본과 연출은 송용일 대표가 맡았다. 전석 3만원(032-514-2050).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