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원장 통합주의자 융커 지명…반대 주장 캐머런 英총리 곤경

입력 2014-06-30 03:13
장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유럽 행정권력 수반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 지명되면서 그를 구시대적 인물이라고 비난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 때문에 영국의 EU 탈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가 외부적으로 망신을 당했을지 몰라도 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국내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가디언을 비롯한 영국 주요 언론은 28일(현지시간) 융커 전 총리가 독일의 지원을 받아 EU 집행위원장에 지명된 소식을 전하면서 ‘영국의 EU 탈퇴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캐머런 총리의 완전한 패배이며 실패”라고 비판했다.

앞서 28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영국의 반대에도 표결을 거쳐 융커 전 총리를 집행위원장에 지명했다. 융커 전 총리 지명에 반대한 나라는 영국과 헝가리뿐이었다. 만장일치로 지명해 오던 EU 집행위원장을 표결로 선출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이 1위를 차지하는 등 반EU 정서가 표출된 영국은 대표적인 EU 통합주의자인 융커 전 총리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AP통신은 특히 내년 5월 총선을 치르는 캐머런 총리가 정치적으로 소득을 거뒀다고 해석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언론 보좌관이었던 버나드 잉햄은 “영국 편에 헝가리밖에 없었지만 캐머런 총리는 내부적으로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3%가 캐머런 총리의 행위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13%만이 반대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데일리메일이 여론조사기관 ‘MoS’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융커 전 총리 지명 이후 EU 탈퇴 지지율이 47%로 탈퇴 반대 의견(39%)보다 8% 포인트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만간 50%를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16일 유럽의회 인준을 거쳐 취임할 것으로 알려진 융커 전 총리는 19년간 룩셈부르크 총리를 지낸 뒤 지난해까지 8년간 EU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 의장을 맡았다. EU 18개국 공용 화폐인 유로화 도입과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주도했다. 코냑을 좋아하며 부친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강제 징집된 경험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지나치게 술을 좋아하고 부친은 나치 독일에 부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