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관광 지출 1∼5월 11.6% 증가… 원화 강세로 씀씀이 커져

입력 2014-06-30 02:13

원화 강세 영향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여행지에서 쓰는 돈의 액수가 부쩍 늘었다.

29일 한국은행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5월 내국인의 해외관광 지출은 78억2930만 달러(7조942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억1540만 달러(11.6%) 증가했다. 특히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난 4월의 해외관광 지출 증가폭이 가장 컸다. 4월 지출액은 16억968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4.7%나 늘어 월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휴가철인 지난해 7월의 16억7100만 달러였다.

지난달 지출액(16억1890만 달러)도 전년 대비 11.2% 늘었다. 이 같은 지출 증가세는 관광객 수의 증가뿐 아니라 1인당 씀씀이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 4·5월 해외관광객 수는 각각 7.5%, 3.2% 늘어난 데 비해 1인당 지출액은 16%, 7.8% 증가했다.

1인당 지출액의 증가는 무엇보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의 영향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5월 달러당 1110.67원에서 올해 5월 1024.99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금액의 원화를 환전해도 1년 전보다 8.4% 더 많은 달러화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지난 1월 1112달러이던 1인당 해외관광 지출액은 2월 환율 상승 영향으로 1094달러로 줄었다가 환율이 떨어지면서 3월 1255달러, 4월 1438달러로 늘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성태 부연구위원은 “세월호 참사 직후 단체 해외관광은 많이 취소됐지만 개별 해외관광 수요는 이어졌다”며 “원화 강세, 저가항공 같은 여건을 감안하면 해외관광 지출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로 접어들면서 해외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관광수지 적자 탈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관광수지는 2012년 6월 이후 24개월째 적자 행진 중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 관광수입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내국인의 해외관광 지출 규모에는 미치지 못해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한편 내국인의 신용·체크·직불카드 해외 사용액은 지난해 내내 증가하다가 올해 1분기엔 소폭 감소했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외국에서 쓴 내국인의 카드 사용액은 28억24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전 분기(28억2800만 달러)에 비해 0.2% 줄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