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시민단체 ‘부채탕감 운동’ 펼친다

입력 2014-06-30 02:46
시민운동단체인 희망살림과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초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장기 채무자들의 채권을 불태우고 있는 모습. 국민일보DB

한국 교계에서도 저소득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부채탕감운동이 펼쳐진다.

기독교시민운동단체인 ‘희년함께’에 소속된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29일 “부채 탕감은 사람들에게 회생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회가 충분히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라며 “50년마다 공포되는 안식의 해인 성경 속 ‘희년(禧年·주빌리)’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부채로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희망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운동 취지를 설명했다.

이른바 ‘롤링 주빌리’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2012년 미국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이 벌어질 당시 시민들의 성금으로 매입한 155억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불태운 부채타파운동에서 비롯됐다. 지난 4월 초에는 시민단체인 희망살림과 사회적기업 에듀머니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한국판 ‘롤링 주빌리’ 행사를 열어 장기 채무자들의 채권 164건을 사들여 불태우는 행사를 가졌다.

부채탕감운동 방식은 복잡하지 않다. 희년함께에 따르면 우선 교회와 성도들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펼친다. 이어 모금한 돈으로 대부업체에 대출금을 장기간 연체한 채무자들의 채권을 신용정보기관이나 추심업체 등으로부터 사들인 뒤 소각한다. 그리고 채권이 소멸된 장기 채무자들에게 부채탕감을 알리는 통지문을 발송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성승현 희년함께 연구원은 “오랜 기간 동안 연체된 부실 채권의 가격은 원금의 1%까지 떨어진 경우도 있다”면서 “주로 소액 중심의 10년 이상 된 장기 연체 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저소득층에 속한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고 성 연구원은 덧붙였다.

희년함께는 성금 모금에 앞서 내달 중순 ‘(가칭)부채탕감의 성서적 근거와 교회 역할’을 주제로 한 토론회와 더불어 부채탕감프로젝트 조직을 본격 발족한다. 이어 주요 회원교회를 대상으로 순회 강연회와 함께 모금활동을 펼친 뒤 오는 8월 말 채권소각 행사를 공개적으로 가질 계획이다.

교계차원에서 처음 시도되는 프로젝트인지라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장기 채무자들의 신원과 근황 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장기 채무자들이 채권추심업체의 채무변제 압박을 피하려고 제대로 된 연락처와 주소지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얼마나 채무탕감을 받았는지에 대한 확인은 프로젝트의 신뢰 차원에서 중요하다. 채무탕감용 채권 매입을 위한 세부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남 소장은 “양심껏 빚을 갚는 사람이 있는 한 자칫 이 운동이 도덕적 해이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