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U 상대로 밑지는 장사… 2년 연속 큰 무역적자

입력 2014-06-30 02:13

4년 차를 앞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은 밑지는 장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다 적자 규모도 더욱 커졌다. 농산물 자동차 등 급증한 수입을 수출이 따라잡지 못한 결과다. 정부는 유럽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유럽의 불경기가 지속되는 한 무역 역조 현상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1일부터 그동안 3년간 묶여 있던 중·대형 자동차, 위스키, 의약품 등 1906개 유럽산 제품의 관세가 철폐되거나 추가 인하됨에 따라 가뜩이나 원화 강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은 동력을 잃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한·EU FTA 발효 3년 차인 2013년 7월∼2014년 5월 EU에 대한 무역수지는 74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출액은 473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했지만 수입액이 547억 달러로 12.5% 급증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는 발효 1년 차에 18억 달러 흑자를 낸 뒤 2년 차에 46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고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EU의 수입 수요가 줄고 원·유로 환율이 하락세를 보인 점을 무역수지 악화 원인으로 분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에 일본 등에서 들여오던 기계, 원유, 석유제품의 수입처를 EU로 바꾼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2013년 7월∼2014년 3월 EU에 대한 일본(-8.0%) 중국(-0.2%) 등 경쟁국의 수출이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선전했다”고 자평했다.

품목별로는 FTA 혜택(관세 철폐 또는 인하)을 보는 합성수지(19.3%) 플라스틱 제품(7.7%) 조명기기(6.1%)의 수출이 늘었다. 이들 품목의 수출은 3년 연속 증가했다. 발효 2년 차에 수출이 감소했던 자동차(7.3%) 자동차부품(16.9%) 고무제품(19.7%)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입이 늘어난 품목은 자동차, 원동기·펌프, 반도체 제조장비, 항공기 및 부품 등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입은 136.1% 급증했다. EU에서 생산한 농수산물 수입도 크게 늘었다. 3년 차 농수산물 수입액은 35억 달러로 2년 차보다 18.8% 증가했다. 돼지고기 밀 포도주 초콜릿 맥주 등이 주도했다. FTA 발효 직전과 비교하면 32.1% 늘어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가 EU에 수출한 농수산물은 2.5% 늘어난 4억 달러에 불과했다. 김 미역 오징어 문어 과일 등의 수출이 증가했다.

이날 관세청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4년 차가 되는 1일부터 양측의 3년 관세 철폐 품목의 관세가 ‘0’이 된다고 밝혔다. 5년 철폐 품목 등 중장기 관세인하 품목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관세가 인하된다. 이에 따라 한국으로 수입되는 EU산 중·대형 승용차(1500cc 초과) 안경 위스키 의약품 등 622개 품목의 관세가 철폐된다. 소형차 베어링 순모직물 삼겹살 고등어 등 1384개 품목은 관세율이 추가 인하된다. 단, 쌀 관련 제품 등 양허제외 물품과 현행관세 유지물품 등 57개 품목의 관세율은 유지된다.

EU 28개 회원국도 중·대형 승용차, 타이어, 주방용 도자기 제품 등 한국에서 수출하는 제품 282개 품목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한다. EU가 민감 품목으로 분류해 5년 관세 철폐 품목으로 양허한 소형승용차, 텔레비전 등 269개 품목도 한 단계 인하된 관세율이 적용된다. 한국과 EU의 FTA 특혜관세율은 관세청의 FTA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정수 박은애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