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은 더불어 사는 ‘사회적기업의 날’] ‘착한 경제’ 허브… 사회 혁신의 새 아이콘

입력 2014-06-30 03:52

7월 1일은 사회적기업의 날, 7월 첫째주 토요일(5일)은 협동조합의 날이다. 이윤만 좇는 기업의 한계를 넘어 더불어사는 경제를 모색하는 사회적기업. 선진국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젊은이들 사이에 고용·복지 창출의 대안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어 발전 전망이 밝다.

#희망

4년 전 한양대에 '사회적기업가 정신'이라는 2학점짜리 교양과목이 생겼다. 사회적기업을 제대로 알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학교에 줄기차게 요구해 만들어졌다. 지도교수가 있지만 강사 섭외부터 커리큘럼 구성 등 과목 운영은 학생들이 직접 맡고 있다. 온라인 수강신청이 1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김종걸 교수는 29일 "사회적기업에 대한 학생들의 열망은 우리가 아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전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센(SEN·Social Enterprise Network·사회적기업 네트워크) 한양'이라는 동아리가 있다. 이들은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기업을 연구하고, 소셜벤처 창업도 준비한다. 지난 3월에는 미혼모 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벤처 '부끄럽지 않아요'도 창업했다.

한양대 등 10개 대학에 SEN이 활동 중이다. 기업가 정신 실천을 통한 사회공헌을 목표로 내건 대학생 국제 모임인 '인액터스(Enactus·Entrepreneurial Action Us)'에도 한국의 28개 대학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고려대 등 경영학과 신입생 면접에서 70∼80%가 장래 희망으로 사회적기업가를 꼽을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성과

2007년 정부로부터 사회적기업 1호 인증을 받은 다솜이재단은 기업이란 틀로 사회 혁신을 이뤄낸 '아이콘'이다. 간병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 430명 중 절반 이상이 실직 여성가장 등 취약계층이다. 간병사들은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데다 하루 종일 병원에 상주해야 하는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다솜이재단은 이 같은 고용 불안을 개선하기 위해 간병사들을 직접 고용했다. 24시간 근무 형태를 교대제로 바꿨고, 4대 보험과 퇴직금도 보장했다. 6인실 병실에 간병사 4명이 3교대로 환자를 돌보는 공동간병제를 도입했다. 환자 목욕 등 혼자 하기 벅찼던 업무가 훨씬 수월해졌다. 서비스가 개선되고 간병비가 40% 정도 싸지니 환자들도 반겼다. 공동간병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에 이어 정부 시범사업 등 제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과제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후 인증받은 사회적기업은 1000곳을 넘어섰다. 한양대 김 교수는 "이제 사회적기업이 한국사회에서 시민권을 얻은 셈"이라고 평했다.

'시민권'은 얻었지만 협동조합을 제외한 사회적기업만 2만개에다 전체 고용의 10%(2012년 기준 한국은 0.36% 수준)를 사회적경제 분야가 담당하는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센 한양' 동아리 회장 전현이씨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많지만 정작 자신들의 평생 직업으로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취업용 스펙 쌓기 차원에서 소셜벤처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기업이 고용, 복지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되려면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교회의 '사랑의 실천운동' 등 사회 속 각종 선의의 자원과 연계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