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외정책의 당면 최대 과제는 핵 문제 해결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과 일본의 과거사 및 독도 영유권 도발 차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작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을 내놨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아직 아무런 성과가 없다. 한·일 관계는 일본의 계속되는 도발로 악화일로다. 다른 어느 때보다 원만한 한·미, 한·중 관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런 미묘한 시기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7월 3∼4일)하기에 그것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자못 크다. 북한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까지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찾는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거기다 시 주석이 취임 후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는 것도 정치적 함의가 상당하다. 중국의 대북 및 대일 압박 의도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정부는 외교적 실리를 찾기 위해 비상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국과 중국 간 교역 규모가 한·미, 한·일 간 교역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중 관계는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시 주석은 이런 점을 고려해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하고 있는 중국을 좀 더 우리 쪽으로 끌어오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경제협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이다.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동북아 평화는 요원하고 남북관계 교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에도 북핵 불용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북의 전향적 호응을 촉구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내놓지 않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지만 그래도 핵 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다. 우리 정부는 시 주석이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방문한 데 감사를 표하는 것에 만족할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북핵 해법을 요구해야 한다.
중국은 시 주석의 방한을 통해 한·중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함으로써 전통적 한·미·일 공조 체제의 균열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 두 나라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단호한 태도로 일본에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에 이끌려 일본을 대놓고 멀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과 중국의 차이점이다. 한·중 결속은 북·일 유착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한·중 관계 진전이 행여라도 한·미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남북 분단이 지속되는 한 한·미동맹은 그 어떤 가치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설] 한·중 정상, 北·日에 분명한 메시지 보내야
입력 2014-06-3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