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는 끝내 브라질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하지만 강력한 우승후보인 브라질을 상대로 빛나는 경기력을 보여줘 세계 축구팬의 찬사를 받았다.
칠레는 29일(한국시간)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1대 1로 연장전을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2대 3으로 분패했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세 차례 만나 모두 진 데다 브라질 원정 26게임에서 6무20패를 기록했던 칠레는 또다시 브라질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만은 칠레가 이겼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칠레는 개인기가 뛰어난 스타 군단 브라질을 맞아 조직력으로 맞섰다. 네이마르, 오스카, 헐크 등 상대 공격수들이 공을 잡지 못하도록 압박했고, 공을 잡으면 이중 또는 삼중으로 그물을 쳤다. 칠레가 구사한 3백은 선수들에게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포메이션이지만, 세계 최강급 실력을 자랑하는 브라질을 상대로 칠레 선수들은 폐가 터질 정도로 뛰었다.
샤를레스 아랑기스가 14.13㎞를 뛰는 등 칠레 수비수들은 무려 13㎞ 안팎을 뛰었다. 다른 월드컵 경기에서 선수 활동량이 평균 11㎞인 것과 비교할 때 칠레 선수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보여준다. 비록 승부차기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의 선방 역시 놀라울 정도였다.
칠레의 패배는 실력보다는 불운 때문이었다. 칠레는 연장 후반 15분 마우리시오 피니야의 결정적인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온 데 이어 승부차기에서 5번째 키커로 나선 곤살로 하라의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면서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칠레의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우리 선수와 칠레인들이 자랑스럽다”며 “주최국을 상대로 이처럼 멋지게 싸우고 패했다는 것이 슬프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국가를 대표한 선수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선수들을 위로했다.
또 무릎 부상으로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며 87분을 뛴 아르투로 비달은 “우리는 영혼을 경기장에 남겨뒀다”면서 “최고의 팀들과 겨뤘고, 이제 그들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우리를 다르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브라질 장벽은 끝내 못넘었지만… 칠레의 투혼은 빛났다
입력 2014-06-30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