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당한 굴욕의 역사 잊지말자” 시진핑 ‘해상방어 철옹성’ 지시

입력 2014-06-30 02:56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과거 침략당한 ‘굴욕의 역사’까지 거론하며 “변경 및 해상방어의 철옹성(銅墻鐵壁)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이 군사적으로도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는 의미의 주동작위(主動作爲)를 본격화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동시에 일본과 필리핀, 베트남 등과의 영유권 분쟁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주변국들을 향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시 주석은 28일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열린 제5차 ‘전국변경해안방어공작회의’ 개막연설을 통해 “국가주권 및 안보를 제1위에 놓고 총체적인 국가안보관을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특히 “변경지역 관리통제와 해양주권 수호를 주도면밀하게 조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근대사를 언급하는 가운데 나왔다. 시 주석은 “변방·해안방어를 이야기하자면 중국 근대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당시 중국은 지극히 가난하고 허약했다. 아무에게나 유린당하는 처지에서 외부의 적들은 육지와 해상을 통해 수백 차례에 걸쳐 대륙에 침입해 중화 민족에게 심대한 재난을 줬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이 굴욕의 역사를 우리는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한다”며 “모두 역사를 잊지 말고 이를 마음속에 깊이 사명으로 아로새겨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전국변경해안방어공작회의는 전국 각 지역의 변경·해안지역의 방어·순찰업무 등을 총결산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2010년에 이어 4년 만에 열렸으며 중국 당·정·군 수뇌부와 전국의 군구, 공안기관 책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 주석은 같은 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개항 원칙 발표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서는 주변국들의 패권 추구 우려에 대해 “중국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평화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은 국력이 강해지면 반드시 패권을 추구한다는 논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중국인의 혈맥에는 우두머리를 자처해 패권을 추구하고 전쟁을 좋아하는 유전자가 없다”고 소개했다.

평화공존 5개항 원칙은 중국이 인도, 미얀마와 함께 제창한 국가관계 및 교류협력에 관한 기본원칙이다. 주권·국토보전에 대한 상호존중,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불간섭, 호혜 평등, 평화공존 등을 담고 있다.

행사에는 북한의 지재룡 주중 대사도 참석했으나 그는 한국기자들로부터 시 주석 방한과 남북관계에 관한 질문 등을 받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