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균 재정자립도 44.8%.’ ‘자체수입으로는 소속 공무원 인건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셋 중 하나.’
민선 6기를 맞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다. 지방의 재정여건은 광역·기초단체를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심각하다. 자체수입은 해마다 쪼그라드는 반면 국고보조금 비중은 높아지면서 중앙정부에 대한 예속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재정적 측면에서 보면 지방자치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열악한 지방재정, 지자체 4개 중 1개가 재정자립도 10%미만=29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244개 지자체(광역 17, 기초 227)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4.8%다. 광역단체들이 상대적으로 나은 여건이지만 13개는 50%를 넘지 못한다. 기초단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 시·군·구의 재정자립도는 각각 31.7%, 11.4%, 27.2%다.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도 59개(24.2%)다.
재정자립도는 지자체의 전체 예산 가운데 자체수입(지방세+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수치가 44.8%라는 건 해당 지자체의 재정활동에 필요한 자금 중 스스로 조달하는 자금이 44.8%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족분은 중앙정부에 손을 벌려 메워야 한다.
재정이 취약하다보니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78개(31.9%)나 된다. 지난해 38개였으나 올해는 배 이상으로 늘었다. 재정자립도가 하락하면서 지역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자체사업 비중은 지난해 38.3%에서 올해는 37.6%로 하락했다.
재정자립도는 민선 1기가 출범한 1995년 63.5%였으나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에는 51.1%까지 떨어졌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과 교수는 “지방자주재정권은 지자체가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이라며 “지자체의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실현되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방재정 위기의 원인은 세입·세출 구조 불균형=무분별한 사업 추진과 방만한 재정운용 등 지자체가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지방재정위기의 근원으로는 지자체 세입·세출 구조 불균형이 꼽힌다.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출 비중은 4대 6이지만 수입원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은 약 8대 2다. 써야할 돈은 많은데 거두는 세금은 그에 비례해 늘지 않으니 재정난은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하락은 자체수입 기반인 지방세의 신장률이 국세의 신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전체 지방세 54조5000억원(전망치) 중 재산세와 부동산거래세 등 부동산에 대한 과세가 23조3000억원으로 42.8%를 차지한다. 지방세는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지방세가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국세는 경제성장과 연계돼 있는 소득 및 소비과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장률이 높은 편이다. 최근 5년간(2010∼2014)간 국세의 연평균증가율은 5.1%인 반면 지방세는 절반 수준인 2.6%에 그치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부담 떠넘긴 사업, 지방재정 위기 가속화=지자체들은 국고보조사업 확대가 지방재정 여건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지자체가 지역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해야 할 재원을 중앙정부가 결정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유아보육, 기초연금 등 중앙정부가 결정하면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의 재정을 부담해야 하는 국고보조사업은 2007년 32조원에서 올해는 61조원으로 확대됐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김홍환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세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고보조사업 제도 개편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지방자치 20년, 벼랑 끝 지방재정] 평균 자립도 44.8%… ⅓은 소속 공무원 인건비도 감당 못해
입력 2014-06-30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