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총성 대신 평화의 선율… 사라예보서 1차대전 촉발 100년 맞아 기념연주회 열려

입력 2014-06-30 02:53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는 28일(현지시간) 100년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두 발의 총성 대신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졌다.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민족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식민지 보스니아의 사라예보를 방문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제국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를 저격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사건은 1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을 촉발시켰다.

세계사의 변곡점이 된 이날을 되새기기 위해 사라예보 시청사에서 열린 ‘1차대전 발발 100주년 기념 연주회’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오케스트라 빈필하모닉이 이끌었다. 지휘자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지휘봉을 들자 프린치프와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로 분장한 배우가 나타나 당시 총격 상황을 재연했다.

공연에서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국가를 시작으로 하이든, 슈베르트, 브람스, 라벨 등의 대표곡들이 연주됐고 유럽연합(EU) 국가(國歌)이기도 한 ‘환희의 송가’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바키르 이제트베고비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통령과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 필립 부야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 조르게 이바노프 마케도니아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제 카를 1세의 손자로서 행사에 참가한 카를 폰 합스부르크도 “하나 된 유럽을 원한다. 확실한 것은 보스니아 없이 유럽의 완성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르비아 지도자들이 불참해 반쪽 행사로 전락하며 보스니아 내전 종식 후에도 메워지지 않은 갈등의 골을 드러냈다.

손병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