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는 28일(현지시간) 100년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두 발의 총성 대신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졌다.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민족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식민지 보스니아의 사라예보를 방문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제국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를 저격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사건은 1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을 촉발시켰다.
세계사의 변곡점이 된 이날을 되새기기 위해 사라예보 시청사에서 열린 ‘1차대전 발발 100주년 기념 연주회’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오케스트라 빈필하모닉이 이끌었다. 지휘자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지휘봉을 들자 프린치프와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로 분장한 배우가 나타나 당시 총격 상황을 재연했다.
공연에서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국가를 시작으로 하이든, 슈베르트, 브람스, 라벨 등의 대표곡들이 연주됐고 유럽연합(EU) 국가(國歌)이기도 한 ‘환희의 송가’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바키르 이제트베고비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통령과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 필립 부야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 조르게 이바노프 마케도니아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제 카를 1세의 손자로서 행사에 참가한 카를 폰 합스부르크도 “하나 된 유럽을 원한다. 확실한 것은 보스니아 없이 유럽의 완성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르비아 지도자들이 불참해 반쪽 행사로 전락하며 보스니아 내전 종식 후에도 메워지지 않은 갈등의 골을 드러냈다.
손병호 기자, 연합뉴스
전쟁의 총성 대신 평화의 선율… 사라예보서 1차대전 촉발 100년 맞아 기념연주회 열려
입력 2014-06-30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