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의원이 살인을 청부했다니

입력 2014-06-30 02:21
지방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후보자들의 자격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후회 없는 표를 던져야 한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유권자들은 이번엔 제대로 된 후보를 뽑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하지만 약속과 다짐은 매번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3월 발생한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이 빚 독촉에 시달린 현직 시의원 김모씨가 친구에게 살인을 청부해 벌인 것이라는 경찰의 29일 수사 결과 발표는 충격적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빌린 돈 5억원을 갚지 않으면 6·4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압박하는 송모씨를 10년 지기 팽모씨를 시켜 살해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학시절 총학생회장을 지낸 뒤 유력 국회의원의 보좌관까지 역임한 그는 당내에서는 개혁파를 자처한 것으로 알려져 그 파장이 더 크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재선에 성공한 뒤 중국 구치소에서 팽씨가 중국에서 전화를 걸어오자 “네가 한국에 들어오면 난 끝이다. 가족은 책임질 테니 잡히면 죽어라”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시의원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까지 할 수 있는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지방의원들의 비리는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0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은 서울 신반포 단지의 재건축과 관련해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 2008년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의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원이 후반기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 의원들에게 총 3400여만원의 금품을 살포했다가 의장 당선 후 구속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 의장의 구속에 이어 터져 나온 이번 현직 시의원의 전대미문 살인교사 사건은 지방자치제도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각종 비리로 치러진 재보선 선거 비용만 809억여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20여년이 됐지만 아직도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왜 나오는지 당사자들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