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추자 컴백 공연 ‘늦기 전에’… “세상에 너무 늦은 건 없어” 60대 섹시퀸의 격정 퍼포먼스

입력 2014-06-30 02:40
지난 28일 열린 컴백 공연 ‘늦기 전에’에서 김추자가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스피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대에 누워 다리를 쩍 벌리고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드는 퍼포먼스, 강렬한 헤드뱅잉. 33년 만에 돌아온 전설의 ‘섹시 디바’ 김추자(63)의 컴백무대는 강렬했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홀. 3500여명의 중장년팬들이 가득 들어찬 가운데 김추자의 컴백 공연 ‘늦기 전에’ 막이 올랐다.

등장은 머리에 알록달록한 밴드를 두른 히피 스타일. 새 앨범 타이틀곡 ‘몰라주고 말았어’를 ‘몰라주으고 마알았어∼’라는 특유의 발음과 걸쭉한 음색으로 선보이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노래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퍼포먼스. 계단을 내려오다 돌연 주저앉아 다리를 쩍 벌리고 드러누웠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김추자가 우리 가요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임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커피 한잔’ ‘빗속의 여인’ ‘거짓말이야’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 1970년대 히트곡이 나올 때면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휘파람을 불었다.

그는 주체할 수 없는 끼와 열정을 33년 동안 어떻게 참아왔을까 싶을 만큼 에너지가 넘쳤다. 독특한 안무가 간첩에게 보내는 수신호라며 간첩설이 나돌았던 ‘거짓말이야’를 부를 땐 댄서들과 함께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커피 한잔’에선 두 발로 바닥을 구르며 ‘내 속을 태우는구료∼’라고 절박한 심정을 표현했다.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에선 거수경례를 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열정은 대단했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었다. 그는 3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 대부분을 힘에 부치는 듯 의자나 계단에 앉아서 노래와 댄스를 소화했다. 때론 보컬의 힘이 달려 음정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는 들국화의 전인권과 가수 바비킴이 게스트로 나왔다. 전인권은 “우리 민족에게 자유란 걸 알려준 분이다. 옛날에도 대한민국을 흥분시켰고 앞으로도 흥분시키길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객석에서 관람하던 가수 인순이는 꽃바구니를 들고 무대에 올라 “김추자 선배는 우리 시대의 전설”이라고 축하했다. 김추자는 인순이의 축하에 볼을 꼬집는 ‘특급 칭찬’으로 화답해 눈길을 끌었다.

공연을 마친 후 진행자가 소감을 묻자 김추자는 딱 한마디만 했다. “오늘 기분이 좋았다.”

누구나 세월을 비켜갈 수는 없다. 김추자도, 그 시절 김추자를 응원하던 팬들도. 하지만 70년대 명곡들이 다시 주인을 만난 자리, 환갑을 넘긴 나이에 다시 무대에 선 김추자도, 그를 따뜻하게 맞아 준 오랜 팬들도 모두 행복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