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35)가 조국 브라질을 구했다. 브라질은 29일(한국시간)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16강전에서 세자르의 눈부신 선방 덕분에 승부차기에서 3대 2 승리를 거뒀다.
세자르는 경기 내내 칠레의 맹공을 막아냈다. 후반 19분 골문 바로 앞에서 때린 칠레 샤를레르 아랑기스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막아낸데 이어 연장전에서도 상대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모두 차단했다. 세자르의 진가는 승부차기에서 드러났다. 연장 120분 혈투 끝에 1대 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맞이한 승부차기에서 세자르는 칠레의 1번 키커 마우리시오 피니야와 마주섰다. 엄청난 긴장감 속에서 세자르는 피니야가 골대 중앙으로 찬 강슛을 손으로 쳐내며 브라질에 리드를 안겼다.
브라질의 두 번째 키커 윌리안의 실축으로 분위기가 흔들렸지만 세자르는 상대 두 번째 키커 알렉시스 산체스의 슛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네이마르가 득점하며 3-2로 앞서 나간 브라질은 칠레의 마지막 키커 곤살로 하라의 슈팅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튕겨나가며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브라질 선수들 모두 세자르에게 달려가 포옹했다.
브라질의 8강행을 견인하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세자르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세자르는 후반 8분 네덜란드 베슬레이 스네이더르의 센터링을 막으려다 브라질 수비수 펠리페 멜로와 충돌하면서 어이없이 동점골을 내줬다. 그리고 이후 경기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브라질은 네덜란드에 1대 2 역전패를 했었다.
게다가 남아공월드컵 이후 세자르는 슬럼프에 빠지며 전성기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최근엔 퀸즈파크 레인저스를 거쳐 토론토 FC 등 그의 화려한 이력과는 어울리지 않는 마이너 클럽을 전전했다. 그래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그를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했을 때 브라질 내에서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로 그동안 자신을 한물갔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저력을 과시했다.
세자르는 “4년 전 실수를 여전히 가슴에 두고 있었는데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오늘이 오기까지 어떤 일을 거쳤는지는 신과 나의 가족만이 알 것”이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어 “브라질 대표팀과 함께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세 번 더 이긴 뒤 기자회견장에 다시 와서 우승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야신’의 재림… 세자르, 조국 브라질을 구하다
입력 2014-06-30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