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한국축구] ② 투명하지 못한 선수 선발 과정

입력 2014-06-30 02:32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대 논란 상품은 ‘엔트∼으리(엔트리+의리)’였다. 홍명보 감독의 고집을 대변한 말이다. 그러나 크게 봤을때 그동안 대표선수 선발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반증의 단어다.

축구인들은 대한축구협회(KFA) 수뇌부의 입김, 기술위원회나 대표팀 감독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대표팀 구성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한 일관되고 투명한 선발 원칙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월드컵을 코 앞에 두고 대표선수를 선발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표선수 육성 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선수 선발 체계는 2002년을 기준으로 바뀌었다. 2002 한일월드컵 이전에는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선수 명단을 기술위원회에 제출하면 이 곳에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거스 히딩크 감독은 계약서에 선수 선발 권리에 대한 것을 요구했다. 학맥과 인맥으로 대표 선수를 뽑는 관행에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히딩크 감독의 최대 히트 상품은 박지성이었다. 무명의 인재를 발탁해 4강이라는 신화를 썼다.

이번에도 외형적으론 홍 감독이 선수 선발 권리를 행사했다. 홍 감독은 지난달 8일 23명의 대표선수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2012 런던올림픽 멤버 18명 중 12명이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홍명보 키즈’다. 여기에다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어야 선발하겠다’는 자신의 원칙까지 깨며 소속팀에서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한 고대 동문 후배 박주영을 발탁했다. 결과는 슈팅 1개였다.

‘홍명보 키즈’와는 달리 K리그 선수들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엔트리 23명 중 K리그 선수는 6명에 불과했다. 골키퍼 3명을 제외하면 필드선수는 3명이다.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포항 스틸러스에서 9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있던 이명주는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K리거 3인방 이근호와 이용, 김신욱은 보란 듯이 브라질월드컵에서 나래를 폈다.

해외파가 주축이 된 어린 선수들(평균 나이 25.7세)은 위기에서 한 없이 약해졌다. 베테랑도, 리더도 없는 팀의 예견된 결과였다. 섣부른 세대교체가 부른 참패였다.

그러나 이것 모두가 홍 감독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게 축구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20년이 넘는 장기집권 속에 축구 여당을 형성한 대한축구협회 상층부와 이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기술위원회가 더욱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2011년 12월 9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기술파트는 한국축구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곳으로 외부의 간섭없이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앞으로는 독립적으로 기술위원회를 운영하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 개인의 거취를 따질 게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상층부와 기술위원회에 대한 수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파울루=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