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관피아가 웃고 있다

입력 2014-06-30 02:18

정홍원 총리 유임 이후에도 ‘인사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 총리를 유임시킴으로써 종전처럼 ‘나 홀로 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상태다. 2기 내각과 청와대에 친박계 인사들을 중용한 것도 그런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총리도 고르지 못하는 무능한 정권이라고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아울러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흠결이 드러난 일부 장관(급) 후보자들을 겨냥해 부적격자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또 다른 낙마를 벼르는 중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만 바라보는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구도는 이른 시일 내에 완화되지 않을 것 같다. 7·30재보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15명의 국회의원이 새로 탄생한다. 규모가 제법 크다.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과반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작금의 싸움이 더욱 거칠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치고받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대통령과 여야가 벌써 잊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가장 신경 써 신속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는 국가 개혁이라는 사실을.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한 달여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 개조 수준의 변화를 꾀하겠다고 강조하면서 국민들의 협조를 간곡히 당부했다. 국민들에게 협력을 요청한 이유는 국가 개조의 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려면 2기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 보다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본인의 공언대로 국민들이 요구하는 적임자를 찾아 국민들 앞에 내놨어야 했다. 하지만 친정체제 강화로 귀결됐다. 민심 이반의 주요 이유다. 더욱이 ‘문창극 파문’을 놓고 보수세력마저 여권에 등을 돌릴 조짐이다. ‘편파보도를 통해 형성된 조작된 여론을 이유로 문 전 총리 후보자에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자진 사퇴를 유도한 것은 비겁한 행태’라는 불만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인사를 통해 국가 개조 동력이 강화되기는커녕 약화됐다.

야당은 안대희·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킨 여세를 몰아 김기춘 실장 사퇴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을 더욱 몰아붙여 정국 주도권을 쥐는 한편 7·30재보선에서 승리를 도모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쯤에서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게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달여 동안 정부와 국회는 과연 뭘 했는가라는 점이다.

관피아 척결을 위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허점투성이다. 처벌 규정이 약하고,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이 있는 기관의 퇴직 공직자들은 취업 심사대상에서 빠졌다.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처리는 국회가 가로막고 있다. 국회의원과 공무원 등이 금품을 받을 경우 직무 관련성만 있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하는 것이 골자인데, 국회의원이 포함돼 있어서인지 여야 간 논의가 중단됐다. 국가안전처 신설과 해경 해체를 비롯한 정부조직 개편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야당이 일부 사안에 반대하고 있거니와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관료들도 미적대는 듯한 양상이다. 국회의 세월호 국정조사는 비틀거리고 있고, 진상조사에 앞서 세월호 유가족에게 국가가 먼저 보상해주자는 ‘세월호 사고 특별법’은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저마다 입만 열면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주도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관피아들이 내심 웃고 있지 않을까. ‘그러면 그렇지.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우리를 손본다고? 어림없는 소리. 역대 정부도 다 실패했어’라면서. 어디선가 세월호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