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위기가정발굴추진단’을 구성했다.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중랑구 위기가정발굴추진단 단원인 이영란(51·여·사진) 상담사는 생활고에 빠진 이들을 매일 서너명씩 만나고 있다. 보건복지콜센터(129)나 서울시다산콜센터(120)로 긴급지원을 신청한 사람들, 통·반장 등을 통해 접수된 어려운 이웃을 방문해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찾아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먼저 말을 꺼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40, 50대 빈곤층에는 정부에 도움을 청하기까지 ‘심리적 문턱’을 못 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복지는 찾아가야 하는 거예요.”
이씨의 업무는 한두 번 방문한 뒤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고 전하거나 교회 및 봉사단체 지원을 연결해주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손을 잡아주고, 함께 울고,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게 그의 일이다.
지금까지 일선 사회복지행정이 서류 중심이었다면 위기가정발굴추진단은 스킨십에 중점을 뒀다.
이씨가 추진단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만나고 있지만 아직 도와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50대 남성이 있다. “그분이 사는 곳은 신발을 신고 방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가구도 짐도 거의 없이 이불 한 채 놓고 지내시더라고요. 심각한 대장질환을 앓고 있는데 돈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계셨어요.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는데 포기하시더라고요.”
이유는 부양의무자인 어머니 때문이었다.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려면 어머니에게 금융정보수집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잘살고 있을 거라 믿고 있는 노모에게 아들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지경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설득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처지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려했다.
“1주일에 두세 번씩은 안부를 물어요. 필요한 게 없는지,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하는 건 아닌지 확인하는 거죠. 딱 하나, 중고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아직 못 구했어요. 지원 대상자가 아니니까 구청 예산으로는 살 수 없거든요.”
기초생활수급은 안 되지만 부양의무자 규정이 없는 차상위계층 주거비 지원은 가능하다. 이씨는 다른 지원 방법을 계속 찾아보고 있다. 추진단 사업이 끝나는 10월 전까지 최대한 방법을 알아볼 생각이다. 이씨는 “예산은 한정돼 있고 받아야 할 대상은 많다 보니 안타깝게 밀려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뭔가 더 할 수 없다는 게 죄스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문수정 기자
[송파 세 모녀 사건 그 후] 서울시 위기가정발굴추진단 이영란 상담사 인터뷰
입력 2014-07-02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