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에서 엘리사는 어느 가난한 선지학교 생도의 아내에게 도움을 주는 기적을 행하고 있습니다. 무릇 성경의 기적을 말할 때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성경의 기적이 바로 지금 여기 우리에게도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다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어느 가난한 신학생을 일찍 천국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아이 둘을 남기고 훌쩍 세상을 떠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생계가 막막해진 그의 아내는 빚을 갚지 못해 아이까지 뺏기게 될 판이었습니다. 그때 그는 엘리사에게 구원을 요청합니다. 엘리사는 그에게 2단계에 걸쳐 축복의 기적을 베풀고자 합니다.
첫째, 엘리사는 그에게 “네 집에 무엇이 있는지 고하라”고 질문합니다. 바로 이 질문이야말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시기 원할 때 언제나 물어보시는 첫마디 중 하나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다 굶어 죽게 되고 자식까지 팔려 나가게 된 마당에 남은 것이 무엇인지 밝히라고 물어보다니 너무 야속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축복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기적과 축복이 다름 아닌 지금 내가 가진 것을 통해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처음 물으셨던 말씀을 기억하십니까. 하나님의 능력을 의심하는 모세에게 하나님은 “네 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라고 엉뚱한 질문을 하십니다. 모세의 손에는 초라한 지팡이 하나가 들려져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지팡이가 뱀이 되고 다시 지팡이가 되는 이적을 통해 확신을 심어 주신 하나님은 훗날 그 초라한 지팡이로 홍해를 가르는 위대한 도구로 사용하십니다. 또 모세의 지팡이를 통해 바위에서 물이 나오게 하여 수십만명을 먹이게 하셨습니다. 절망의 순간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그것’을 직시하라고 명하십니다. 과부는 “지금 우리 집에 남은 재산이라고는 기름 한 병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얼마나 서글펐을까요.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 마지막 기름 한 병을 통해 큰 축복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둘째, 하나님은 많은 경우 사람의 손을 통해 합리적으로, 그러나 초합리적인 간섭을 통해 기적을 이루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 엘리사는 신학생 부인에게 “이웃으로부터 그릇을 빌리라”고 명하십니다. ‘이웃의 그릇을 빌리라’는 명령은 하나님의 축복이 하늘에서 무작정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손길을 통해 주어지는 것임을 밝혀주는 말입니다. 이 세상은 친구 친지 가족의 도움이 없으면 도무지 살아갈 수도, 성공할 수도 없는 세상입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외딴 섬이 아니다(No Man is an Island)”라고 16세기 영국의 유명한 종교시인 존 던(John Dunne)은 노래했습니다.
세계 인구는 약 65억명에 달하지만 여섯 사람만 건너면 세상 모든 사람과 연결된다고 합니다. 성경은 우리 삶의 축복이 모든 이웃의 손길을 통해 주어지고 있음을 엘리사의 명령을 통해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모든 이웃으로부터 그릇을 빌리라는 엘리사의 명령은 오늘 우리에게 살아 있는 명령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이웃을 통해 큰 축복을 주시기 원하십니다.
배국원 목사 (침례신학대 총장)
[오늘의 설교] 모든 이웃에게 그릇을 빌리라
입력 2014-06-30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