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동부제철 워크아웃 가능성 시사

입력 2014-06-28 04:17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부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채권단은 동부제철의 구조조정을 자율협약이 아닌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동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동부CNI는 회사채를 상환할 길이 막막해지면서 법정관리행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산업은행은 30일 수출입은행 등과 채권단회의를 열어 동부제철의 워크아웃 착수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동부제철의 자율협약이 무산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불거졌지만 채권단은 원론적 대응책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산은 관계자는 “신용보증기금이 동부제철의 자율협약에 반대하는 경우에 대비, 자율협약과 함께 워크아웃 가능성까지도 열어두고 병행해 논의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의 전 단계인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며, 75% 이상만 동의할 때는 워크아웃으로 가게 된다.

자율협약은 회사 측 신청으로 이뤄지는 채권채무자 간의 합의사항인 반면 워크아웃에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채권단이 임의로 진행하는 강제력이 부여된다. 자율협약과 달리 워크아웃 대상 기업은 신속인수제도의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산은과 금융 당국은 아직 워크아웃보다는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동부가 자율협약을 신청한다면 워크아웃보다는 자율협약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동부제철의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지을 신보의 입장을 주목하고 있다. 신보는 차환발행되는 동부제철 회사채 60%를 인수해야 한다. 부실을 떠안을 입장에 처한 신보는 그간 금융 당국과 채권단의 설득에도 유보적 입장을 고수해 왔다.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이 무산된 상황에서 재무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태도였다. 신보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 산은이 마련하는 분담금 등의 방안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동부CNI는 “보유 현금 및 가용자산 등을 활용한 자금 조달을 통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하기로 함에 따라 채무증권의 공모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동부CNI는 다음 달 7일 만기 도래하는 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250억원 규모의 담보부사채를 공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동부제철의 자율협약에 따라 금융 당국은 지난 20일 제출된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요구했고, 동부CNI는 결국 일정 문제로 이 계획을 철회했다. 동부CNI가 다음 달 만기 도래하는 차환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법정관리 운명에 처한다.

동부CNI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면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도 커질 전망이다. 동부CNI의 일반 공모 회사채 잔액은 1500억원가량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융 당국은 지금까지 발행된 회사채가 투자 부적격 등급이 아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경원 박은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