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청와대의 인사 난맥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격을 조심스러워하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과감한 모습이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경고론'으로 7·30 재·보궐선거 구도를 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 내부적으로는 공천 기준을 확정하는 등 전열 정비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대통령 성토장 된 野 최고위원회의=27일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릴레이 비판이 이어졌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과 관련해 "국민과의 약속에 대한 배신이고, 유가족에 대한 우롱이며,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를 모욕하는 일"이라며 "무능과 무책임, 불통과 오기 정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새 총리를 지명하기 어렵다. 정홍원 총리로 그냥 가겠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대통령은 도대체 누구와 의논하고 결정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조금 더 가면 새누리당에 밀려서 탈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정균환 최고위원), "정치적 유아 수준에 박 대통령이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많다. 레임덕은 이미 시작된 듯이 보인다"(김근 최고위원) 등 격한 비난도 쏟아졌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박 대통령 맹공은 최근 여론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견고했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가 붕괴돼 40% 초반까지 내려간 상태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2%로 전주보다 1% 포인트 더 하락했다.
새정치연합은 여당의 청문회 제도 비판에도 적극 대응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제 인사청문회 타령은 그만했으면 한다"며 "다음번 청와대의 시나리오는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이 나오셔서 인사청문회 때문에 국정 운영을 못하겠다며 또 눈물짓는 것은 아닌지, 그런 시나리오에 국민들이 또 속아드려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책임론'도 이어졌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장관 후보에까지 총체적인 인사 실패의 실무적인 총책임은 비서실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공천 룰로 선호투표제 승부수=새정치연합은 이날 재보선 후보 등록을 마감했다. 중진 정치인 중 천정배 전 의원은 광주 광산을, 김두관 전 경기지사는 경기 김포에 지원했다.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섰다 고배를 마신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경기 수원을에 지원했다.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은 후보 공모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전략공천 가능성이 남아 있다.
새정치연합은 또 7·30재보선 공천 기준으로 정치 신인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선호투표제'를 확정했다. 밖으로는 박 대통령과 선명한 전선을 치고 안으로는 개혁적인 인물을 공천해 승리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선호투표제는 500명 안팎의 선거인단이 출마한 후보자 전원을 대상으로 1순위부터 최하 순위까지 순서대로 다 적게 한다. 이어 1순위표를 기준으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소득표 후보자의 2순위 지지표를 나머지 후보자들의 득표수에 더해 과반이 나올 때까지 하위 득표자들을 한 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주승용 사무총장은 "참신하고 능력 있는 분들이 두 번째 후보로 많은 지지를 받았을 경우 1번 후보로 선택받았을 때보다 더 후보자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 당내에서는 재보선 공천을 둘러싼 기 싸움도 계속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의원 16명은 이날 '재보선 공천 방향과 원칙에 대한 제안서'라는 제목의 제언을 내고 "다선 중진들은 쉬운 선택을 하기보다 당을 위해 어렵고 힘든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기세 오른 野 7·30재보선 먼저 치고 나간다
입력 2014-06-28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