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與도 부글부글… ‘도로 鄭’ 심상찮은 후폭풍

입력 2014-06-28 04:11
'도로 정홍원 총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인적 쇄신의 정점에 있던 정 총리를 유임시킴으로써 야권은 물론 일부 여권 내부까지 정치권의 요구를 전면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서다. 박 대통령이 본인의 '국가 대개조' 선언에 역행한다는 비난과 함께 향후 정국에 불어닥칠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박근혜정부 엄호'라는 명분 앞에 일치 단결했던 여당 분위기가 우선 심상치 않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지율 급락 위기를 맞았던 박 대통령이 정 총리 유임이라는 악수(惡手)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특히 이번 결정 때문에 7·30재보선 승리조차 힘들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27일 "그동안 불통 비판은 야당의 단골 메뉴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여당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다"면서 "정치권을 넘어 민심 전체가 박 대통령을 '불통' 이미지의 상징으로 여기기 시작하면 큰일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 총리 유임의 논리로 내세웠던 '국정공백 최소화와 국론분열 방지'가 정치권 전반에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노출됐던 정부의 무능을 혁파하겠다던 대통령이 개혁의 기회를 버린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거기다 국회의 협조를 얻어야만 실현이 가능한 정부조직 개편의 동력도 크게 상실된 상태다. 지난 13일 개각을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하려던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 전체가 이번 결정으로 헝클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정 총리와 대부분 새로 바뀐 '2기' 내각이 화학적 결합을 해 제대로 국정을 관리해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기 내각은 '국무총리+경제부총리+사회부총리'의 스리톱 체제다. 새 인물을 찾지 못해 유임된 기존 총리와 개혁의 주체를 자처하는 새 내각이 조화를 이루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2기 내각이 박 대통령 측근이자 여권 친박(친박근혜) 진영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쪽으로 쏠려 사실상 '최경환 내각'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인사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한데도 청와대가 인사수석실 신설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는 상황도 문제로 여겨진다. 박 대통령은 두 번의 총리 후보자 낙마에 일정한 책임이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그대로 유임시킬 태세다. 인사검증 실패의 최종 책임을 진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다시 신임하는 모양새다. 세월호 참사 수습 책임을 진 총리와 연쇄적인 인사실패 책임을 져야 할 청와대 비서실장이 건재한 상황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정을 주도해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