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다음을 준비하는 100년 기업.’
요즘 커피업계 떠오르는 별 커핀그루나루 김은희(43) 대표의 명함에 있는 글귀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에서 만난 김 대표는 커핀그루나루를 설립할 때 이 비전을 세웠다며 말문을 꺼냈다.
“우리 회사 슬로건이에요. 어차피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잖아요. 먼저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급성장한 나라잖아요. 그러다 보니 유럽처럼 오래된 기업들이 많이 없어요. 커핀그루나루를 100년 이상 성장할 수 있는 전통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커피업계 잔다르크’로 통한다. 경쟁이 치열한 커피업계에서는 드물게 토종브랜드로 도전장을 낸 유일한 여성 CEO다. 2007년 설립한 지 7년 만에 매장이 130개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28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익금의 일부로 아프리카 탄자니아 어린이들을 후원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10여년 전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는 “모 대기업에 다녔는데 대리승진을 한 뒤 여성으로서 한계를 느꼈고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고 털어놨다.
“직장생활을 하며 이 길이 맞는지 고민했습니다. 여성 상위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여성이 회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어 늘 불안했어요.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일부러 털털하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적극적으로 성격도 바꾸면서 노력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어요.” 신앙이 독실한 편은 아니라는 김 대표는 그러나 직장생활하며 힘들 때 하나님께 기도를 많이 했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든 것도 기도의 힘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사업 성공비결로 ‘경험’을 강조했다. 경험이 쌓이면 사업을 운영해 나갈 지식과 지혜가 생긴다고 했다. 그는 “창업과 직장 생활 가운데 무엇이 좋다, 나쁘다고 할 수 없다”며 “다만 소득이 많으면 그만큼 위험도 뒤따르는 법”이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성공노하우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자신의 별명이 ‘장금이’라고 귀띔했다. 음식 맛을 잘 봐서 주위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란다. 그동안 다양한 히트 메뉴를 개발한 것도 이 같은 맛 감정 솜씨가 한몫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창업자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대표는 “모든 일이 대충해서 되는 일은 없다”며 “브랜드만 믿어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커피에 대해 연구를 하고 고객을 위해 어떻게 서비스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피사업을 하게 된 것은 크고 작은 사업을 해온 가족의 영향이 컸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가 사업을 하셔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한 번 커피산업에 투신하자 악바리 근성이 생겼다. 커피숍을 1년간 운영하면서 원두 도소매업과 유통업을 병행해 커피 전문점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국내 1세대 바리스타인 박이추씨가 어느 교육원에서 강의를 한다는 말을 듣고 대뜸 전화를 걸어 “보수를 주지 않아도 좋으니 조수로 써 달라”고 사정해 일을 배우기도 했다. 두 살 터울의 오빠인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를 도와 점포와 메뉴 개발 등의 업무를 맡아 탄탄한 커피브랜드로 만들었고, 2007년 자신만의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그의 믿음생활은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리스마스 때 사탕과 과자를 준다는 말에 놀러간 것이 첫 교회 생활이다. 그는 교회에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당시 교회학교 여자 선생님이 자신을 잘 돌봐주시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그는 주일이면 가족과 함께 서울 송파구에 있는 새소망교회에 출석한다. 낙후지역에 위치한 허름한 개척교회다.
“엄마와 교회를 함께 다니다 두 달 전에 교회를 옮겼어요. 새 교회에 나가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예배를 드리는데 얼마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이 나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제가 이 교회에서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려운 이들을 돌보며 조용하게 교회에 다니고 싶어요.”
그가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데살로니가전서 5장 18절 ‘범사에 감사하라’이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지혜가 생길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또한 찬송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즐겨 부른다. 어렸을 때부터 부르는 찬송이기도 하지만,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는 골로새서 3장 2절 말씀을 늘 마음 판에 새긴다.
“교회에 가서 다른 사람의 간증을 듣곤 합니다. 믿음 생활을 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믿음이 빨리 강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요. 하나님이 늘 건강하게, 제 앞길을 지켜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은희 대표
부동산학 전공. 2001년 졸업과 동시에 현대그룹 고려산업개발에서 8년간 근무. 창업을 하기 전 원두 도소매업과 유통업, 탐앤탐스 총괄이사를 거쳐 2007년 8월 커핀그루나루 설립. 서울 새소망교회 출석.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기독여성CEO 열전] (24) 김은희 커핀그루나루 대표
입력 2014-06-30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