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중국을 체치고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보조금 등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이 사업을 확장하고, 다양한 유통채널이 확보되면서 국내 태양광 업체들도 일본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올해 1분기 세계 태양광 수요는 9.34GW를 기록했다. 이 기간 일본은 가장 많은 2.21GW를 설치해 전체 수요의 24%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수요 시장이었던 중국은 이보다 적은 1.61GW를 설치했을 뿐이다.
일본 태양광 시장이 떠오르는 이유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이다. 원전사고 이후 50여개에 달하는 원전 가동이 중단되며 전력난이 심화됐다. 설상가상으로 화력발전소는 연료비 증가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이 필요했다. 태양광 발전이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시장의 성장은 서서히 회복 기미를 보이는 세계 태양광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인접한 국내 태양광 업체들엔 활로를 뚫을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일본의 태양광 시장은 주택용 비중이 80% 수준으로, 고효율에 대한 수요가 크다.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만을 내세운 중국 업체들은 일본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브랜드와 철저한 AS, 장기 보증 등의 강점을 가지고 일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2012년 8월 일본 종합상사인 마루베니사가 일본 전역에 건설하는 태양광 발전소에 4년간 500㎿ 모듈을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외국기업 중 가장 빠른 성장을 이뤘다. 또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통해 소프트뱅크, 마루베니상사, 스미토모상사 등과 모듈 공급 계약을 맺었고, 가쿠텐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520㎿를 수출해 일본 시장에 진출한 해외 기업 가운데 최대 판매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한화는 품질과 성능이 우수한 한화큐셀 제품으로 주택시장 등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발전소와 같은 메가솔라 시장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있는 한화솔라원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전략적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향후 일본에서 프리미엄 이미지와 고기능 제품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각각 182㎿와 150㎿의 모듈을 판매해 일본 시장에 진출한 해외기업 중 판매량 순위 9위와 10위를 차지한 LG전자와 LS산전도 선전하고 있다. LG전자는 고효율 제품과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모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수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높은 200㎿로 잡는 등 일본 시장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LS산전의 경우 공급과잉이 심한 태양광 셀, 모듈을 배제하고 배전판, 변압기 등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전력설비 공급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태양광 산업의 암흑기였던 2010년에도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태양광 시장이 활황인 것은 국내 기업에 상당히 긍정적 요인이지만, 중국 기업의 저가 제품 공습과 일본의 보조금 축소 등의 리스크도 상존한다"며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향후 일본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리스크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기획] “세계 최대 일본 태양광 시장 잡아라”… 국내 기업들,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
입력 2014-06-28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