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의 막내 손흥민(22)은 27일(한국시간)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나자 굵은 눈물을 뚝뚝 떨궜다. 아쉬움이 잔뜩 묻어난 눈물이었다. 그러나 그 눈물 뒤에는 4년 후를 기약하는 투지가 서려 있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가운데 가장 돋보인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었다. 한때 팀플레이가 약하다는 이유로 대표팀에서 외면받기도 했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은 물론 팀 전술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담한 플레이와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홍명보호의 공격을 이끌었다.
상대 수비수들은 손흥민의 순발력과 스피드에 속수무책이었다. 알제리전에서 페이크 동작 하나로 수비수 2명을 따돌리며 뽑아낸 월드컵 데뷔골은 손흥민의 클래스를 입증시켰다. 또한 손흥민은 쉴 새 없이 상대 진영을 돌파하며 찬스를 만들어냈다.
축구통계 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손흥민은 경기당 평균 4.3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했다. 조별리그가 끝난 현재 전체 선수 가운데 5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국의 믿고 쓰는 공격 루트와 다름없었다. 그렇게 손흥민은 대표팀 막내에서 에이스로 성장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1·2차전에서 벤치를 지키다 마지막 경기에 나선 김승규(24)는 패배 속에서도 빛났다. 1994 미국월드컵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운재의 모습이 겹쳐졌다.
미국월드컵 당시 주전 골키퍼였던 최인영을 대신해 독일전에 나선 이운재는 첫 출전임에도 수비진을 리드하며 놀라운 선방쇼를 펼쳤었다.
김승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차세대 골키퍼로 손색이 없었다. 1·2차전에서 부진했던 정성룡을 대신해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김승규는 놀라운 반사신경을 앞세워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수비 범위도 넓다 보니 자연스럽게 펀칭과 공중볼 캐치도 안정감이 있었다.
비록 한 골을 실점하긴 했지만 7차례의 결정적 선방을 선보이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김승규는 단 한 경기만 출전했지만 이날 활약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세이브 부문 9위에 올랐다. FIFA는 김승규에 대해 "편안하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경기 막판 벨기에의 결정적 슈팅을 막기도 했다"고 칭찬했다.
김승규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월드컵은 경험하는 곳이 아니다. 실패다"고 했다. 그러나 뒤에 이렇게 덧붙였다. "다음 월드컵 때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나서겠다."
김승규의 2018 러시아월드컵이 기대된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손흥민·김승규… 두 남자의 재발견
입력 2014-06-28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