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 반군 직접 지원 나섰다

입력 2014-06-28 03:58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직접적인 훈련과 장비 지원을 위해 5억 달러(5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미국은 또 자국 대사관이 있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상공에서 미사일을 장착한 드론(무인기) '프레데터'로 순찰 임무를 시작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2015회계연도(올해 10월 1일∼내년 9월 30일) 국방 예산안에 시리아 온건파 반군 훈련과 무기지원 비용 5억 달러를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시리아 반군 지원 예산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한 해외 작전 비용 658억 달러(67조원)의 일부다. 해외 작전 비용에는 국방부와 국무부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한 요르단과 레바논, 터키 등 인접국을 지원하는 지역 안정화 계획 비용 15억 달러(1조5000억원)도 들어있다.

의회가 이 예산을 허락하면 시리아 사태에 미군이 처음으로 직접 개입하는 셈이 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훈련 장소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미 시리아 반군을 훈련시키고 있는 요르단이나 터키가 될 가능성이 높다.

헤이든 대변인은 적절한 조사를 거친 온건파 세력만 지원하겠다면서 "이번 예산안 제출은 시리아 국민이 정권의 공격에 맞서고, (이라크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와 같은 극단주의 세력을 뿌리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리아에 미군을 파병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에 미군이 직접 개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데는 온건파 대신 ISIL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시리아 반군의 주류가 됐을 뿐 아니라, 이라크까지 내전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더라도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비롯한 고성능 무기는 보내지 않을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군이 ISIL이 장악한 티크리트 지역을 공습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헬기와 특공대를 동원해 반군과 교전을 벌인 끝에 티크리트 내 전략적 지점에 있는 대학 한 곳을 장악했다고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라크군 고위 관계자는 이번 공습으로 정부군이 티크리트와 주변 지역을 되찾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영국 일간 가디언은 ISIL이 시리아 북부지역에서 쿠르드족 학생 186명을 납치해 한 달째 억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