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 병장 사건’에 오락가락하는 軍 볼썽사납다

입력 2014-06-28 02:40
‘거짓말→사과→거짓말→사과’. 군의 ‘갈지자 횡보’가 가관이다. 동부전선 최전방 일반소초(GOP) 임모 병장의 총기난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군의 잇단 헛발질을 보면 국민의 군대가 맞는지 의아스럽다. 군의 오발 행진은 ‘가짜 임 병장’ 사건부터 시작됐다. 군 당국은 23일 임 병장을 체포한 뒤 병원으로 후송하는 과정에서 가짜 임 병장을 내세워 취재진을 속였다. 비난이 빗발치자 군은 “강릉아산병원이 요구했다”며 둘러댔다. 하지만 강릉아산병원 측은 “가상의 환자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방부는 “오해를 야기해 유감스럽다”며 한발 물러섰다. 군의 사과는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질의에서 “이번 같이 큰 사건을 유발해 대단히 송구스럽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진정 기미를 보이던 분위기는 임 병장의 메모지 사건으로 다시 악화됐다. 국방부는 24일 “임 병장이 자살시도 직전 쓴 메모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다음날 돌연 ‘비공개’로 입장을 바꿨다. 유족들이 공개를 반대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유족들은 “메모 공개를 반대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국방부는 “유족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해명했다.

유족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김 장관의 ‘집단 따돌림’ 발언이었다. 김 장관은 “병장에게서 사고가 난 것은 집단 따돌림이라는 현상이 군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급기야 유족들은 명예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모든 장례 절차 진행을 중단한다고 발끈했다. 군의 사과는 또 이어졌다. 김 장관은 27일 “유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 송구스럽다”는 대국민 성명문을 발표했고, 유족들은 이를 즉각 수용해 28일 합동영결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군이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연이은 거짓말과 사과 퍼레이드를 보는 국민은 참담하다. 군이 국민으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반성과 개혁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