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 16강 탈락’ 홍명보 감독 지휘봉 계속 잡을까?

입력 2014-06-28 02:42

홍명보(45)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홍 감독은 27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H조 3차전에서 0대 1로 패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감독직을 계속 수행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긴 곤란하다”며 “알아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전략적으로 키운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다. 2009년 2월 19일 협회는 홍 감독을 20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당시 협회 기술위원회는 홍 감독에게 그해 9월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은 물론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까지 맡기기로 했다. 유례없는 장기 플랜인 ‘홍명보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이다.

홍 감독이 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을 달성했으며, 광저우아시안게임에는 U-21 대표팀을 이끌고 동메달을 따냈다. 이어 런던올림픽에선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의 기적을 일궈냈다. 이런 지도력을 인정받아 홍 감독은 지난해 6월 24일 월드컵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홍 감독은 “축구협회에서 2018년까지 임기를 보장하려고 했지만 스스로 자세가 느슨해질 것 같아 2년 계약을 하자고 제안했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렇게 해서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5년 1월 아시안컵 때까지로 조정됐다. 브라질월드컵이 열리기 전 일부 축구인들 사이에선 홍 감독이 부진한 성적을 거둘 경우 사퇴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홍 감독은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계약 기간을 채우는 것도 책임감이 아닌가’라는 지적에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는다”며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는 내가 판단하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발언은 사퇴한다고 해도 여론에 따르지 않고 스스로 그만둘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며 “월드컵에 나오기엔 감독이 가장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또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고 개인적으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홍 감독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사퇴 쪽에 무게를 둔 것 같다. 만일 홍 감독이 사퇴한다면 후임 감독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대표팀 감독은 자신의 소신을 갖고 계획적으로 팀을 운영해야 하는 자리”라며 “여론에 흔들리게 되면 장기적인 계획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맡는 것이 좋다”고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다른 축구인들도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 감독이 세계 축구에 대해 잘 알고, 또 세계 축구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상파울루=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