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화한 새끼들을 위해 자신의 살까지 먹이로 내주는 큰가시고기처럼 특별한 경우 외에 부성애는 평균적으로 모성애에 못 미친다. 포유류 중 수컷이 새끼를 돌보는 종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Mother’s baby, Father’s maybe’라는 말로 설명한다. ‘엄마의 아기, 아빠의 아마’라는 뜻으로 ‘부성 불확실성’이라고도 한다. 자기 몸에서 직접 새끼를 낳는 암컷과 달리 수컷은 정자만 제공할 뿐 그 새끼가 100% 자기의 분신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암컷보다 상대적으로 자식에 대한 사랑이 덜하다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모성애를 두고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고 표현했다. 비행기사고로 탑승객 중 다른 생존자가 없는데도 엄마 품 안에서 혼자 살아남은 아기 이야기며, 차 밑에 깔린 아이 때문에 무거운 자동차를 번쩍 들어올린 엄마의 기적 같은 사례들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동안 모성애는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본능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임신·출산 전후 엄마와 아기를 결속시키는 호르몬 변화가 그 유력한 증거였던 것. 특히 ‘신뢰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은 아기를 낳을 때 자궁 근육의 수축을 자극해 분만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하며 젖 분비를 촉진시킨다. 아기 울음소리만 들어도 엄마의 유두가 단단해지며 금세 젖먹일 채비가 되는 것도 옥시토신 덕분이다. 때문에 아기 울음소리도 아빠보다는 엄마가 훨씬 더 잘 분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최신 연구 결과들은 모성애가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고 있다. 프랑스 연구진이 문화와 가족 습관이 상이한 유럽 및 아프리카의 신생아 가정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자신의 아이가 우는 소리를 분별하는 능력을 가늠하는 조건은 아기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여부에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성애와 모성애의 차이가 아니라 경험과 학습의 차이라는 결론이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이를 돌보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면 남성도 여성처럼 뇌의 양육 회로가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에 내놓았다. 즉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만이 뇌의 양육 회로를 활성화시킨다는 기존 가설을 뒤집는 결과인 셈. 더구나 남성 뇌의 양육 회로 활성화 정도는 육아에 투자하는 시간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까지 아기를 키우는 것은 무조건 엄마 일이라고 우겼던 아빠라면 앞으로 다른 핑계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
[사이언스 토크] 아버지도 강하다
입력 2014-06-28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