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전, 국제전 양상 확대

입력 2014-06-27 04:11
이라크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계속 세를 확장하자 궁지에 몰린 이라크 정부가 러시아에서 중고 전투기를 들여와 전선에 투입키로 했다. 여기에 시리아와 이란이 시아파인 이라크를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이라크 사태가 국제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누리 알말라키 이라크 총리는 26일(현지시간) BBC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로부터 구매한 중고 수호이 전투기 여러 대가 곧 이라크에 도착할 것”이라며 “며칠 내로 작전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F-16 전투기 판매를 미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ISIL 봉기 후 알말리키 총리가 서방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또 전날 시리아가 전투기를 동원해 ISIL이 장악한 서부 안바르주를 공습한 사실도 확인했다. 시리아군 폭격으로 최소 57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120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시리아에 공습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ISIL에 대한 이런 공습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시아파로 중동의 맹주인 이란 역시 알말라키 총리 지원을 위해 바그다드 비행장에서 정찰용 무인기(드론)를 띄우고 군사장비와 보급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란은 이미 이라크에 정보부대를 파견해 통신 감청에도 나섰다. 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Quds)’ 사령관인 카심 술라이마니 소장이 이라크를 최소 두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상황이 국제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이라크 국내 정치 상황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쿠데이르 알쿠자이 이라크 대통령 권한대행은 새 정부 구성을 위해 다음 달 1일 의회소집을 명령했다고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의회소집령에 따라 이라크 내외에서 요구해온 종파·종족 간 화해를 위한 통합정부가 구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23일 바그다드를 방문해 알말리키 총리를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 통합정부 구성을 촉구한 바 있다.

알말리키 총리는 지난 4월 30일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정부 구성을 계속 미뤄 왔다. 헌법상 시한인 7월 1일까지 국회가 소집돼야 대통령 선출과 새 총리 지명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알말리키 총리가 소속된 법치연합은 총선에서 전체 의석 328석 중 92석만 얻어 과반(165석)에 못 미쳐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알말리키 총리는 25일 TV연설에서 종파·정치세력 간 통합을 촉구하면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국민 구국정부 수립’ 요구는 거부했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