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쌍용차가 연비를 부풀렸다가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연비 과장에 따른 과징금 처분은 처음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연비를 과장한 자동차 제작사에 소비자 피해보상 의무가 없기 때문에 보상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다른 연비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업계와 소비자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26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현대차 싼타페 DM R 2.0 2WD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CX7 4WD에 대한 연비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검증에서 국토부는 두 차종의 연비가 제작사가 신고한 허용오차 범위(5%)를 넘겼다며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반면 산업부는 모두 적합하다고 판정했다. 논란이 일면서 올해 재검증을 실시했지만 정부는 재검증 결과와 상관없이 지난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두 부처가 개별적인 행정조치를 취하도록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연비 과장에 대해 최대 10억원(매출의 1000분의 1)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한 자동차관리법 규정에 따라 현대차와 쌍용차에 각각 10억원과 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반면 산업부는 두 업체에 제재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연비검증 결과 부적합 판정이 난 아우디 A4 2.0 TDI 등 외제차 4개 차종에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같은 차종의 연비 검증에서 상이한 결론을 내린 국토부와 산업부의 결과를 통일시키기 위해 조율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정부가 부처 간 정책조정에서 무능함을 드러내면서 소비자와 자동차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소비자는 피해보상 소송을 하려 해도 국토부와 산업부의 의견이 갈리기 때문에 승소가 불투명하게 됐다. 자동차 업계도 자발적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말 미국에서 13개 차종에 대해 연비 과장 판정을 받은 뒤 차량 구매자 90만여명에게 3억9500만 달러(약 4200억원)를 보상한 바 있다. 그러나 미 당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두 가지 결론을 내는 애매한 태도를 보여 자발적 피해보상을 정부 스스로 원천봉쇄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앞으로 이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기준을 단일화해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모두 허용오차 범위를 넘지 않도록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비 사후관리도 국토부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車 연비 ‘부풀리기’ 첫 과징금 처분
입력 2014-06-27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