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연비 뻥튀기 논란] 소비자 “어떤 것 믿어아 하나?”… 정부 “유리한 대로 선택”

입력 2014-06-27 02:40

정부가 26일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의 ‘연비 뻥튀기’ 논란에 대한 결론을 냈다. 그러나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였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상이한 연비 검증 결과를 모두 인정한다는 애매한 결론이어서 오히려 소비자와 제작사의 혼란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재검증 결과 왜 무시했나=현대차와 쌍용차의 연비 부풀리기 논란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해 11월 싼타페 등에 대한 국토부 연비적합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부터다. 당시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은 14종 차량 연비를 조사한 결과 현대차 싼타페 DM R 2.0 2WD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CX7 4WD의 연비가 신고된 공인연비보다 각각 8.3%, 10.7% 낮게 나와 허용오차범위(5%)를 넘었다며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두 업체는 산업부 조사에서는 연비 차이가 5% 이내로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정부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기획재정부 중재로 올해 재검증이 이뤄졌다. 두 부처의 의견이 다르니 재검증을 해서 나온 결과로 연비 과장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재검증 결과는 지난해와 달랐다. 두 차종은 국토부와 산업부 기준으로 모두 ‘부적합’이었다. 산업부 기준은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중 하나라도 오차범위(5%)를 벗어나면 ‘부적합’인데 지난해 적합 판정을 받았던 두 차종이 재검증에서는 도심연비가 산타페 -6.2%, 코란도스포츠 -6.8%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산업부가 재검증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결국 재검증은 ‘없던 일’로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진행된 재검증 절차가 사실상 헛수고였던 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업체의 재조사 요구가 국토부 검증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로 이뤄졌기 때문에 산업부가 내린 결과를 뒤집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재검증을 토대로 명확한 결론을 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책임한 정부…“소비자가 유리한 대로 선택하라”=국무조정실 정동희 산업통상미래정책관은 이날 공식브리핑에서 “연비 검증이 지금의 ‘동네축구’ 방식에서 앞으로는 ‘아트사커’ 수준으로 질적인 전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비 검증을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평가 기준을 강화한 향후 대책을 축구에 빗대 자평한 것이다. 그러나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의 연비 과장 논란에 “연비가 과장됐을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식의 정부 결론은 ‘동네축구’보다 못했다는 비판이다.

“소비자가 국토부와 산업부 결론 중 어떤 것을 믿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기재부 정은보 차관보는 “소비자 스스로 유리한 대로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산업부 박기연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은 “연비 과장으로 소비자한테 보상을 명령하는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보상 문제는 정부가 상관할 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연비 과장 조사 결과를 두 개의 다른 결론으로 도출하는 정부도 전 세계적으로 없었다. 7개월 동안 정책 조율을 하면서 ‘부처 밥그릇 싸움’을 지켜보기만 하고 중재하지 못한 기재부와 국무조정실의 무능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국무조정실은 한술 더 떠 자동차연비 검증 일원화를 중복규제 개선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한 국무조정실 등 4개 부처는 전날 오후까지도 이날 발표를 할지 다시 연기할지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