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결정에 대한 새누리당 분위기는 겉과 속이 달랐다. 당 지도부는 26일 총리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고육지책이라고 두둔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도 공백이 길었는데 절차를 또 밟으려면 한 달 이상 걸릴 테니 상당한 공백이 있을 것”이라면서 “국정이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 이해가 된다”고 감쌌다.
민현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산적한 국정 현안의 추진을 위한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당 일각에선 현재와 같은 인사청문 시스템에서는 누구도 검증대를 통과할 수 없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당직자는 “마녀사냥식 인사청문 제도가 존재하는 한 누가 일을 하겠다고 나서겠느냐”면서 “이해하지 못할 결정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 끓었다. “대한민국 국민 5000만명 중에 총리 한 명을 못 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 “블랙 코미디” “멘붕”이라는 말들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비자는 세유삼망(世有三亡)이라 했다”면서 ‘망하는 세 가지 길’ 중 두 가지에 대해 적었다. 그는 “부패한 자가 잘 다스려진 자를 공격하면 망하고, 사악한 자가 바른 생각을 가진 자를 공격하면 망한다”는 글을 올렸다. 정 총리 유임 결정이 옳지 못하다는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세월호 실종자들이 아직도 어두운 바다에 있는데 정 총리 유임이 말이나 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어이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력 당권 주자들은 말조심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서청원 의원은 “아쉬움도 있고 안타까움도 있다”면서 “국민의 요구에 부응했는지도 생각해봐야 하지만 인사권자의 고뇌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의원은 “잘못된 청문회 문화 때문에 생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충분히 이해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주류의 젊은 당권 주자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영우 의원은 “인사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책임지고 떠나려 했던 총리를 유임시키는 것은 책임 회피”라며 박 대통령의 해명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책임지는 모습을 요구했다. 김상민 의원도 “적절치 않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겉으론 “고뇌에 찬 결단” 두둔 속은 “블랙 코미디” 부글부글… 새누리 ‘정 총리 유임’ 입장
입력 2014-06-27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