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전, 주변국 확산

입력 2014-06-27 02:01
이라크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시리아 반군과 동맹을 맺고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역을 장악하자 같은 시아파 국가인 시리아와 이란이 공습 등을 통해 본격적인 ‘이라크 구하기’에 나섰다.

이라크발(發) 전선(戰線)이 주변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쿠데이르 알쿠자이 이라크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 정부 구성을 위해 다음 달 1일 의회소집을 명령했다고 신화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요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라크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해 전날 시리아가 전투기를 동원해 ISIL이 장악한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를 공습했다고 전했다. 시리아군 폭격으로 최소 57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120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바 카르쿠트 안바르주 의회 의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습은 안바르주의 알카임, 알왈리드, 루트바 등지에서 시장과 주유소를 목표로 이뤄졌다”며 “시리아 정권이 안바르주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야만스러운 공격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시리아가 공습한 건 맞다”며 “ISIL을 겨냥한 공습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아파 중동의 구심점인 이란도 이라크 정권을 돕기 위해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바그다드의 알라시드 공군기지에 통제센터를 구축하고 자국의 정찰용 무인기를 제공해 이라크 상공에 띄웠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또 수송기로 하루 두 차례씩 상당량의 군수품을 바그다드로 실어 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선은 확대되고 있지만 이날 알쿠자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의회소집령을 내림에 따라 이라크 내외에서 요구해온 종파·종족 간 화해를 위한 통합정부가 구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23일 바그다드를 방문해 알말리키 총리를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 통합정부 구성을 촉구한 바 있다. 알말리키 총리는 지난 4월 30일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정부 구성을 계속 미뤄 왔다. 헌법상 시한인 7월 1일까지 국회가 소집돼야 대통령 선출과 새 총리 지명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알말리키 총리가 소속된 법치연합은 총선에서 전체 의석 328석 중 92석만 얻어 과반(165석)에는 못 미쳐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알말리키 총리는 25일 TV연설에서 종파·정치세력 간 통합을 촉구하면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국민 구국정부 수립’ 요구는 거부했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