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연비 과장을 이유로 자동차 회사들에 과징금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 부처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관련 검증 결과가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과장된 자동차 연비 표시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비자들이 법원에 낸 소송은 26일 현재 모두 5건이다. 이 중 소비자들은 판결이 나온 2건의 소송에서 1심, 항소심 모두 패소했다.
◇대기업 상대 소송의 높은 문턱=앞서 판결 결과가 나온 소송에서 소비자들이 사용했던 차량은 기아자동차 K5 하이브리드(2013년식), 현대차 아반떼(2013년식), 현대차 i30(2012년식)이다. 각 차량의 연비는 ℓ당 21㎞, 16.5㎞, 20㎞로 표시돼 있다. 소비자들은 “표시 연비가 실제 연비보다 높게 표시된 것은 과장광고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당시 표시 연비 기준을 회사 측이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감정에 수백만원 비용이 들어가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회사 측이 당시 법령 기준대로 연비를 표시했고 이를 어겼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패소 판결의 주요 이유로 들었다. 또 광고에 ‘표시 연비와 실제 연비는 차이가 있다’는 문구가 있는 점, 당시 모든 업체들이 동일 기준으로 연비를 표시한 점 등을 볼 때 과장광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예율의 김웅 변호사는 “표시광고법은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등의 과실이 있을 경우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연비 기준 위반 여부와 무관하게 기업 측에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연비 소송 2라운드 열려=법조계는 국토부가 싼타페 등의 연비가 법령 기준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만큼 소비자의 승소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의 판단을 근거로 회사 측의 연비 표시 과실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종전 소송과 주장하는 내용이 다른 만큼 결과도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싼타페 운전자 등 소송단을 더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싼타페 운전자 이모씨 등 3명은 지난 24일 현대차를 상대로 연비 과장으로 인한 유류비 50만원과 정신적 피해보상비 10만원을 각각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청구했다.
서울 지역 한 부장판사는 “현대차가 국토부의 과장금 부과에 대한 소송을 낼 수도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길 수 있다”며 “국토부 검증 결과가 승소 근거로 쓰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끝나지 않은 연비 뻥튀기 논란] 소비자 집단소송… 판결은 ‘2전 2패’
입력 2014-06-27 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