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연비 뻥튀기 논란] “과징금·과태료 불복”… 보상 가능성 낮아

입력 2014-06-27 02:38
연비 과장 판정을 받은 자동차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과태료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들 업체가 스스로 소비자 보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26일 입장 자료에서 “정부 부처의 상이한 결론 발표에 대해 매우 혼란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현대차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싼타페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연비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적합 판정을 내렸다.

현대차는 “행정의 대상이자 객체인 기업은 어느 결론을 따라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며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부 측 측정 방법 등을 자체 검증한 뒤 이의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란도스포츠에 대해 연비 과장 판정을 받은 쌍용차도 조사 결과가 부처별로 달라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국산차와 함께 연비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폭스바겐, BMW, 아우디, 크라이슬러 등 수입차업체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BMW 관계자는 “이미 적합 판정이 내려진 차종을 2년여 만에 재조사해 부적합 결론을 내린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업체들의 자발적인 소비자 보상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연비 과장에 대한 보상 문제는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자동차업체에 배상을 명령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소비자가 보상을 받으려면 각자 소송을 치러야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자 보상을 할지 말지는 면밀히 검토한 후에 결정하겠다”며 원론적 답변만 했다.

다른 업체는 현대차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대차도 보상 부분은 입장 자료에 안 들어가 있더라”며 “우리도 아직 거기까진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연비를 실제보다 부풀려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와 관련해 선진국에서는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서는 추세다. 미국 포드 자동차는 최근 피에스타와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 등 자사 6개 차종의 연비를 최대 16% 부풀린 사실을 인정하고 보상 계획을 밝혔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팔린 2013∼2014년형 자동차 약 21만대가 대상이다. 연비 과장에 대한 소비자 보상은 미국에서도 의무사항이 아니다.

국내에서 연비 과장에 대한 보상을 꺼리는 현대·기아차도 2012년 11월 미국에서 연비 과장광고로 거센 비판에 휩싸이자 90만여명에게 4200억원을 보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