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2사단 총기난사 사건 가해자인 임모(22) 병장이 자살시도 직전 쓴 메모지 때문에 국방부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국방부는 당초 지난 24일 “메모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25일에는 돌연 ‘비공개’로 입장을 바꿨다. 유족들이 공개를 반대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정작 유족들은 26일 “우린 비공개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갖고 “유족들이 원칙적으로 메모 공개를 반대하진 않았다”며 “다만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전날 자신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 때 “아들이 죽었는데 (메모 공개로) 마치 가해자인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되면 (공개가) 어렵지 않겠느냐.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라”며 메모 비공개 결정을 유족들이 내린 것처럼 설명했다.
국방부가 애초부터 유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또 다른 정황도 있다. 국방부는 메모의 존재가 알려진 직후부터 출입기자들과 ‘메모 공개 협상’을 벌였다. 국방부는 메모를 공개할 테니 대신 “수사상황에 대한 보도유예(엠바고)를 수용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메모 공개 문제를 보도유예를 위한 협상 카드로 쓴 셈이다.
국방부의 ‘남 핑계대기’는 임 병장 후송 과정에서도 있었다. 기자들에게 가짜 환자를 내세워 임 병장이라고 속여 사진을 촬영하게 한 뒤 국민적 비난이 일자 ‘병원이 요구했다’며 남 탓을 했다.
병원 측이 부인하자 국방부는 국군강릉병원에 해명을 맡겼다. 임 병장 후송차량에 탔던 간호장교는 “129구급대원이 ‘나는 지하로 가고, 응급실로는 기만환자가 갈 것이다’라고 했다”며 “누구 지시인지 물었더니 ‘병원에서 시켰다’고 했다”고 말했다. 군이 129구급대원의 말만 듣고 ‘환자 빼돌리기’ 작전을 폈다는 해명이다.
유동근 정치국제센터 기자 dkyoo@kmib.co.kr
[현장기자-유동근] 국방부, 메모지 비공개 ‘거짓말’ 논란
입력 2014-06-27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