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축구 강호들이 총출동하는 월드컵은 늘 스타를 배출해 왔다. 특히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경우가 대회마다 이어져 왔다. 갓 17세의 나이로 참가한 1958 스웨덴월드컵에서 조국 브라질에 첫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선사한 ‘축구 황제’ 펠레가 대표적이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누가 새로운 축구 영웅으로 등극할까.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23)는 이번 대회 전까지 선배인 특급 스타 라다멜 팔카오(27)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유로파리그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빛나는 팔카오가 부상으로 본선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한 사이 로드리게스는 그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3골 2도움을 기록한 로드리게스는 2경기에서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됐다.
코스타리카의 조엘 캠벨(22)도 돌풍의 주역이다. 캠벨은 ‘죽음의 조’로 불린 D조에서 코스타리카가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1차전 우루과이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해 MOM으로 선정된 것을 비롯, 경기마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스위스의 제르단 샤치리(23)는 조별리그 E조 3차전 온두라스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을 16강으로 올려놨다. 스위스 축구의 미래로 촉망받는 샤치리는 작은 키에 드리블에 능하고 왼발을 잘 써서 ‘알프스의 메시’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오는 7월 2일 스위스는 진짜 메시가 버티는 아르헨티나와 8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샤치리가 메시 앞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한국 대표팀의 막내 손흥민(22)도 세계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손흥민은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MOM에 선정됐고,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는 월드컵 데뷔 골을 터뜨렸다. 영국 언론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에게 ‘반짝이는 빛’이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경기당 평균 3골이 터지면서 32개국이 참가하기 시작한 1998 프랑스월드컵 이래 최대 골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각 팀의 골키퍼들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10년 가까이 세계 최고 골키퍼로 군림해온 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야스(33)가 최악의 경기력으로 몰락한 반면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29)는 신들린 듯한 선방 쇼로 ‘스타 탄생’을 알렸다. 오초아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점만 내주며 멕시코의 16강 진출에 톡톡히 공을 세웠다. 무적 신세였던 오초아는 현재 20여개 유럽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는 귀한 몸이 됐다.
또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28)와 미국의 팀 하워드(35)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롭게 떠올랐다. 두 골키퍼는 최후방에서 상대의 맹공격을 차단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반짝반짝 스타탄생] 전설에 가려졌던 샛별들 떴다
입력 2014-06-28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