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자동차 연비 표시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비자들이 법원에 낸 소송은 26일 현재까지 모두 5건이다. 이 중 소비자들은 판결이 나온 2건의 소송에서 1심, 항소심 모두 패소했다. 법조계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연비 과장 문제로 자동차 회사에 과징금 부과 방침을 밝힌 만큼 이후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부처 간 의견이 갈려 피해보상을 받아내거나 승소할 가능성이 불분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대기업 상대 소송의 높은 문턱=앞서 판결 결과가 나온 소송에서 소비자들이 사용했던 차량은 기아자동차 K5 하이브리드(2013년식), 현대차 아반떼(2013년식), 현대차 i30(2012년식)이다. 각 차량의 연비는 ℓ당 21㎞, 16.5㎞, 20㎞로 표시돼 있다. 소비자들은 “표시 연비가 실제 연비보다 높게 표시된 것은 과장광고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당시 표시 연비와 실제 연비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감정에 수백만원대 비용이 들어가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2011년 11월 개정된 연비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보다 표시 연비가 20% 정도 하락하는 점 등을 과장광고의 근거로 꼽았다.
하지만 법원은 소비자들에게 패소 판결을 하면서 회사 측이 당시 법령 기준대로 연비를 표시했기에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또 광고에 ‘표시 연비와 실제 연비는 차이가 있다’는 문구가 있는 점, 연비 측정 기준 장소가 이미 에너지 소비효율이 낮은 도심인 점을 고려할 때 과장광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마지막으로 당시 모든 업체들이 동일한 규정을 기준으로 연비를 표시했기 때문에 공정거래 질서를 해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예율의 김웅 변호사는 “표시광고법은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등의 과실이 있을 경우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법령 기준대로 연비를 표시한 것과 무관하게 기업 측에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연비 소송 2라운드 열려=법조계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직접 검증을 실시해 싼타페 등의 연비가 법령 기준을 어긴 것으로 판단한 만큼 싼타페 차량 관련 소송에서는 소비자 측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싼타페 운전자 이모씨 등 3명은 지난 24일 현대차를 상대로 연비 과장으로 인한 유류비 50만원과 정신적 피해보상비 10만원을 각각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청구했다. 정부 부처가 검증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에 해당 소송에서는 기업 측의 법령 위반 문제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지역 한 판사는 “기존 소송에서도 과장광고 입증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것으로 보였는데 재판부가 법령 위반 여부를 엄격히 따진 것 같다”며 “이번에는 현대차가 정부 연비 기준을 위반했다는 근거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종전 소송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싼타페 운전자 등 소송단을 더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끝나지 않은 연비 뻥튀기 논란] 정부가 검증한 ‘싼타페 소송’ 소비자 승소 기대감 높다
입력 2014-06-27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