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사들이 연비를 실제보다 부풀려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와 관련해 선진국에서는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서는 추세다.
지난 12일 연비 과장에 대한 보상 계획을 발표한 미국 포드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포드는 피에스타와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 등 자사 6개 차종의 연비를 최대 16% 부풀린 사실을 인정했다. 당초 ℓ당 연비가 20.0㎞로 표기된 퓨전 하이브리드의 실제 연비는 17.9㎞로 10.6% 과장된 것이었다. ℓ당 19.1㎞로 소개된 링컨 MKZ 하이브리드의 실제 연비는 16.2㎞까지 내려갔다. 포드는 연료소비효율 측정 과정에서 실수로 수치가 높게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보상 대상 차량은 전 세계에서 팔린 2013∼2014년형 21만대 정도다. 보상액은 차종별로 120∼1050달러씩이다. 공인 연비와 실제 연비의 차이에 따라 연간 평균주행거리를 고려해 산정한 보상액이다.
연비 과장에 대한 소비자 보상은 미국에서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번 보상은 포드가 자발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포드의 한국 법인인 포드코리아는 국토교통부를 통해 보상 계획을 밝혔다. 대상 차량은 지난해 3∼4월 제작된 퓨전하이브리드 9대와 지난해 11월∼지난 2월 제작된 링컨MKZ하이브리드 21대 등 30대다. 이들 차량을 구매한 국내 소비자는 각각 150만원, 270만원 정도를 받는다.
국내에서 자동차 제조사가 연비 과장에 대해 보상하는 것은 처음이다. 첫 보상 사례를 국내 업체가 아닌 미국 회사가 만든 것이다.
포드의 보상은 현대차의 싼타페 연비 부풀리기 논란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전까지 연비 부풀리기가 공식 확인된 적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03년부터 산하기관을 통해 연비 측정 조사를 해왔지만 최근까지 부적합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현행법에는 자동차 제조사의 연비 부풀리기에 대해 소비자에게 보상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
국내에서 연비 과장에 대한 보상을 거부하는 현대·기아차도 2012년 11월 미국에서 관련 보상을 한 적이 있다. 연비 과장 광고 탓에 현지 소비자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자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이었다. 당시 미국 소비자 90만여명에게 4200억원을 보상했다. 같은 차를 국내에선 비싸게, 외국에선 싸게 팔아온 가격차별 논란과 함께 ‘국내 소비자만 봉’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 정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과징금 부과 결정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소비자 보상이나 과징금 납부 여부는 면밀히 검토한 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끝나지 않은 연비 뻥튀기 논란] 美포드, 전세계 고객 대상 자발적 보상
입력 2014-06-27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