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는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표 반려 소식이 전해지자 “국가 개조에 마지막 힘을 다하고, 필요하다면 대통령에게 진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 불거진 정부의 총체적 무능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다 다시 유임된 만큼 이제부터는 ‘책임총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대독(代讀) 총리’ ‘그림자 총리’라는 비판 여론도 감안한 듯하다.
정 총리는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 개조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가적 과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임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길어지고 국론분열이 거듭된 상황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런 가운데 오늘 대통령께서 제게 다시 막중한 임무를 부여했다”며 “저는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가 계셔서 새로운 각오 하에 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국가를 바로 세우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과 공직사회 개혁, 부패 척결, 그리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에 앞장서서 저의 마지막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이제 제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 편한 마음으로 물러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실 정 총리는 사의를 처음 표명했던 지난 4월 27일 이후 한시도 편하게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다. 거의 매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 틈틈이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정부세종청사와 정부서울청사를 오가며 각 부처 장관들과 머리를 맞대야 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매정할 정도로 정 총리를 찾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정 총리 얼굴은 볼 수 없었다. 공공기관 개혁 토론회 같은 외부 행사에도 다른 부처 장관들의 수행은 받아도 정 총리를 부르지 않았다. 지난 61일 동안 박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정 총리를 직접 대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는 항상 ‘세월호 사고 수습도 제대로 못한 내가 무슨 면목으로 대통령을 뵙겠느냐’는 마음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총리는 전날 밤 박 대통령으로부터 유임 결정에 관한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전 간부회의와 국가현안정책조정회의 등을 주재했다.
정 총리 유임에 따라 세월호 사고 수습을 마친 뒤 사퇴 입장을 밝혔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까지 포함하면 ‘세월호 정국’ 이후 박 대통령이 공언했던 전면 개각은 아직 미완성 상태다. 야당이 ‘땜질식 개각’이라거나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같은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의 어정쩡한 모습 때문이다.
총리 후보자 연쇄 중도하차, 정 총리 유임 파동을 겪으며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더욱 폐쇄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안 그래도 ‘수첩 인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특정 ‘인재 풀’만 선호하는 청와대가 ‘구관이 명관’이라는 식의 인사를 고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정홍원 총리 유임] 유임 鄭총리의 새로운 각오… “국가개조에 마지막 힘 대통령에 진언하겠다”
입력 2014-06-27 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