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엔 요행이 없다. 스포츠의 세계는 사회와 달리 백이나 연줄이 아닌 오로지 실력 순으로 서열이 매겨진다.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다. 관중들은 실력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걸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약한 팀이 예상을 깨고 강팀을 격파했을 때 이변이라고 말하지만 이 경우도 약팀이 이길 만한 경기를 했기 때문에 이긴 것이지 운이나 요행으로 승리한 것은 아니다.
정정당당함은 스포츠의 생명이다. 그러기에 패자는 승자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월드컵 열기로 지구촌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매일매일 한쪽에서 환호성이 울리면 다른 한쪽에선 탄식이 흘러나온다. 승패를 가려야 하는 냉혹한 스포츠 세계에선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몇몇 나라들은 흘리지 않아도 될 눈물을 흘려야 했다. 심판의 오심(誤審)이 이들 나라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이 오심으로 멍들고 있다. 개막전인 브라질 대 크로아티아 경기 때부터 매 경기 빠지지 않고 나오는 오심은 올림픽과 더불어 세계 2대 스포츠 제전인 월드컵의 권위와 수준을 떨어뜨렸다. 멕시코의 도스 산토스는 대(對)카메룬전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두 골이 모두 노골로 처리돼 이번 월드컵 불운의 아이콘이 됐다. 그래도 멕시코는 승부가 뒤바뀐 것은 아니어서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와 코트디부아르보다는 낫다.
두 나라는 16강행 티켓을 도둑맞았다. 실력대로라면 두 나라 모두 다음 라운드에 진출해야 했으나 심판의 결정적 오심으로 승패가 뒤바뀌어 16강행이 무산됐다. 이들 나라에 오심은 경기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4년간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 이들 나라 국민들이 느낀 좌절감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브라질월드컵부터 골 판독기를 도입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오프사이드 판독기도 도입하자는 여론이 뜨겁다. 올 한국 프로야구도 오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년 시즌부터 홈런에 국한된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비디오 판독을 13개 분야로 확대했다. 신이 아닌 인간이 모든 걸 정확하게 판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계의 힘을 빌리자는 것이다. 영상기술 발달로 오심 여부를 즉각 알 수 있는 시대에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오심을 묵인하는 건 스포츠 정신에 맞지 않을 뿐더러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誤審 월드컵
입력 2014-06-27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