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에 서니 선교사 자녀라는게 뿌듯”

입력 2014-06-27 02:44
기독교대한감리회 파송 선교사 자녀들이 26일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방문해 기감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곽대환(14)군은 일곱 살이던 2007년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알제리로 갔다. 긴 외국생활의 시작이었다. 2011년 아버지의 사역지가 알제리와 인접한 모로코로 바뀌면서 또다시 이삿짐을 쌌다. 현재 그는 모로코 항구도시 카사블랑카에 있는 한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선교사 자녀 대부분이 그러하듯 곽군 역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나는 과연 한국인일까.’ ‘왜 난 한국의 또래 친구들처럼 살 수 없는 걸까.’ 그에겐 뚜렷한 장래 희망도 없었다.

하지만 곽군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여선교회전국연합회(여선교회)가 주최한 ‘선교사 자녀 모국 방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선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26일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양화진)에서 만난 곽군은 “선교사 자녀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거듭 말했다.

“행사를 통해 한국 기독교의 역사, 선교사들의 삶을 알게 되면서 아버지를 더 존경하게 됐어요. 양화진에 안장된 선교사들 이야기를 들으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곳에 안장된 분들은 한국이 보잘것없는 나라였던 시절 이 땅에 와서 모든 걸 바친 분들이잖아요. 이런 선교사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분들처럼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졌어요.”

기감 여선교회는 선교사 자녀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지난 23일 시작된 행사는 다음 달 5일까지 계속된다. 이날 진행된 양화진 방문도 ‘선교사 자녀 모국 방문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기감이 파송 선교사 자녀들을 상대로 이런 행사를 진행한 건 처음이다. 행사엔 12개국에서 온 중·고교생 17명이 참가했다.

이날 만난 참가자 대부분은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난 학생들이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온 임성희(15)양이 대표적이다. 임양은 한 살이던 2000년 부모를 따라 케냐로 갔다.

“4년 주기로 한국을 방문하긴 했어요. 지난해에도 왔고요. 하지만 부모님 없이 혼자서 한국에 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친구들과 금세 친해졌거든요. 다음 주 주말이면 이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데, 그 생각을 하면 너무 속상해요.”

참가자들은 다음 달 1일 강원도 철원에 있는 국경선평화학교를 찾아 한국의 현대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기감 소속 성도들 집에서 1박2일간 생활하는 ‘홈스테이’ 일정도 예정돼 있다.

기감 여선교회는 2012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비용은 기감 여선교회가 해마다 개최하는 전국대회 비용 중 일부를 줄여 마련했다. 회원들의 헌금도 도움이 됐다. 이규화 기감 여선교회 회장은 “선교사 자녀는 세계 곳곳에 복음을 전파하는 글로벌 기독 인재로서의 재능을 갖추고 있다”며 “2년 주기로 행사를 꾸준히 열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